광산촌

by 김지숙 작가의 집

광산촌



금련산 광산촌 비탈진 길 오르면

얼기 살기 늘어진 가지 사이 성냥갑 같은 집

좁은 골목길 비켜 올라가면

끝자락에 오래전 곡괭이로

왁달박달 구리 금을 캐던 거대한 동굴

서늘한 기운이 여기저기 조용히 나댄다

광부들이 떠난 자리 차려진 동굴법당

광산촌 비밀 총총 모아 산자락에 묻어둔

돌미륵부처 눈 코 입 없이

죽은 원혼 위로하듯

두루뭉술 그저 지긋이 웃고 앉았다



망미동 광산촌은 여전히 지금도 갱도에서 사늘한 바람이 나온다 이제 강점기 수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광산의 흔적들은 사람들의 사연만큼 수많은 지하자원이 있었다 지금도 항간에는 구리가 얼마 묻혀있다는 풍문이 나돌 정도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좁은 골목길이 나오고 이 골목들은 미로처럼 엉겨있어 쉽게 잘못 들어섰다가는 되돌아 나오는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고 이야기 꽃을 피웠을 법한 상황들을 상상하지만 지금은 가끔씩 고양이만 만날 뿐 한적하고 조용한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산골마을의 풍경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광산이 자리한 곳에 이제는 절 뒤편으로는 광산촌의 흔적을 잘 보존한 사찰이 턱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어렴풋이 초보자가 봐도 광산의 규모는 크고 갱도는 정말 넓었다 장제징용으로 장비 하나 없이 이 넓은 갱도를 모두 손으로 파내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온다 그 마음을 아는지 사늘하고 서글픈 기운이 스친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녹색이끼가 낀 바위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간혹 얼굴을 스친다 동굴을 좋아하지 않아서 동굴 안으로 길게 들어서지 않았지만 입구에서부터 뿜어 나오는 냉랭한 바람은 고요한 광산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굴 옆으로는 또 다른 동굴이 있고 그곳에는 법당이 있다 갱도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함일까 마음대로 생각하고 잠시 묵념을 올린다 내려오는 발길이 참 무겁다 살아보지도 않은 일제강점기의 상흔을 여기 이곳에서 만나다니 그리고 그 고통과 상흔의 소리들이 여전히 서늘한 기운으로 뿜어져 나오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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