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바위굴 鐵馬面巨文山-窟
거문산 기슭
큰 바위굴에 사는 젊은 부부
아버지 병을 낫게 하려고
낮에는 약초 캐고 밤에는 기도하던 중
늑대와 여우가 달려들자
짐승을 막아 달라 치성을 들이자
산신령이 나타나 아내에게
‘잠들면 백날을 남편 얼굴 봐서 안된다’
약조하고 사라진 후 밤마다 범으로 변한 남편
궁금증을 참지 못한 아내가
아빡자빡 날을 보내던 마지막 날
자다가 눈을 뜨고 남편을 보자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수슬수슬 범이 된 남편과
평생 살다 죽은 범바위굴
철마 웅천리의 거문산(543.4m) 기슭에 가면 큰 바위굴이 하나 있다 이는 근처에 살던 효심 깊은 젊은 부부가 잠시 기거하면서 부모님의 병구완을 위해 낮에는 약초를 캐고 밤에는 기도하던 곳이다 그런데 밤이면 여우와 늑대들이 달려들어 방해를 받고 더 이상 기도할 수 없자 부부는가 산신령께 기도했고 밤이면 범으로 변한 남편의 얼굴을 백일을 보지 않으면 힘을 얻게 되고 신령님을 세 번 부르면 남편이 범으로 변하고 다시 신령님 하고 세 번을 부르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고 산신령은 약조했다
범이 된 남편은 짐승을 물리칠 것이며 그런 후 다시 신령님을 세 번 부르면 인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부부는 굳게 믿고 백일 기도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속한 기한에는 밤에 남편의 얼굴을 보지 않아야 하며 아내는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호기심이 강한 아내는 백일 중 남아 있던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밤에 그 약속을 어기고 남편의 범이 된 남편의 얼굴을 봐버렸고 남편은 굴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시는 사람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마을로 내려가지 못하고 평생을 범인 된 남편과 범바위굴에서 살다가 죽었다는 굴이다
금기 설화에서 야속한 것은 신령님이다 힘을 줄 것 같으면 흔쾌히 범을 제압할 정도의 큰 힘을 내어주든가 아니면 짐승이 나타날 때마다 물리쳐 없애주든가 할 것이지 하필 범으로 변하여 스스로 해악을 끼치는 무리들을 물리치게 하는 무한한 괴력을 가진 산신령이다
힘을 가진 자에 대한 금기를 어긴 내용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신화소가 지닌 여늬 다른 모티브와 다르지 않다 이들 금기모티브 설화들은 대개가 지식이나 태도 수행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과 의미를 담고 있다 금기에 대한 설화들은 인간 존재의 다양한 갈등과 삶의 태도 등을 통해서 절대자에 의한 권능을 지켜야 하며 이를 파기하는 순간 무력하고 삶의 고비를 맞게 되는 인간적인 한계점을 맞게 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파기의 결과는 상상을 불허하는 끔찍한 정도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결과로 인간은 스스로의 나약함과 한계점 그리고 신의 권능에 대한 부조건적인 복종과 그 무한한 힘에 주늑들기를 강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금기선화나 전설에서 금기를 어긴 인간에게 따뜻한 교훈을 전하는 신은 거의 없다 그 신화나 설화를 전해 들은 인간에게 두려움과 무한 복종이라는 신의 권능에 무조건적으로 굴복해야 하는 교훈과 의무를 갖게 하는 효과를 들게 한다 그래서 이 금기적 모티브를 지닌 설화들을 대할 때마다 꺼리거나 싫어하는 인간의 심리들을 흥미와 교훈적인 요소들을 묘하게 섞어 풀어낸 선조들의 지혜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