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군
김장군
오래도록 자식 없던 아내의 꿈에
용 한 마리 덥석 안겨들고 갑작스레 남편이 죽자
홀로 낳은 용모 골격 준수한 비범한 아이
야밤에 낮은 봉우리에 올라 주문 외워
병사 모아 훈련시키고
관아 짓는데 쓸 대들보 옮겨와 사람들 걱정 덜든 날
대들보 옆 아이의 발자국 보고 놀란 사람들
역모 꾀할 아이라 처형하려 하자
‘나 죽은 지, 십 년 후 왜란이 나면 나를 생각하리라’‘
억울하니 김장군 현판 달라’‘
나는 칼로 내려쳐도 죽지 않는 다 양쪽 겨드랑 날개 걷고
세 번 매를 치라’
카랑카랑 소리치던 아이는 죽고
‘김장군’ 현판을 목에 걸자 시신이 움직 인다
ㅏ동래구 명륜동 447번지에 가면 관황묘가 있다 이 자리는 아기장수 김장군이 태어난 집터이다 아기의 힘이 너무 세고 비범하여 장래의 일을 염려하던 사람들이 이 아이를 두려워하며 아이를 죽였다 죽은 자리에서 병사가 말을 타고 달리는 소리와 군신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 공터로 방치하였고 동래부사 박제관이 부임하면서 이상한 꿈을 꾸었고 깨어나서 김장군을 위로하는 관황묘를 세웠다 이 땅은 개인소유로 바뀌고 사당은 철거되고 영정과 김장군의 위패는 송공단 옆 동래 경로당에 있다
어린아이가 뛰어나다는 점으로 죽임을 당한 당대 현실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비범한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반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영웅설화는 일반적으로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비정상적인 잉태를 갖고 비범란 능력을 지니며 어려서 죽을고비를 수차례 넘기나 양육자에 의해 번번이 이겨내고 성장하면서 수차례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영웅이 된다
아기장수 설화의 경우에는 영웅 설화의 조건을 갖추고는 있지만 아직 성장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죽임을 당해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안타까움이 나타난다
결국 영웅이 되지는 못했지만 영웅이 될 씨앗을 사전에 제거해 버리는 기득권의 힘에 대한 당대 현실의 역학구조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설화는 구전되어 내려오는 동안 각색되고 변질되어 인식된다 하지만 전달과정에서 인간 내면과 교감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집단적 의식들이 개입한다
아기장수 설화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아픈 부분이다 좀 더 나은 점이 보이면 그 영재성을 더 잘 살리는 방향으로 해서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지레짐작으로 싹을 잘라버리는 기득권층의 과욕이 결국은 더 큰 일을 지켜내지 못하는 힘을 잃게 하는 결과는 낳는지도 모른다
99개 가진 사람이 1개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100개를 채운다는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은 더 잘 드러난다 힘 있는 자들의 희생양이 된 아기장수 김장군의 이야기는 동화로도 자주 등장한다 약한 자의 기록은 역사가 되지 못하고 구전으로 떠도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구전 속에서 현생전생이라는 모티브를 엮어 스토리텔링화 된 것은 아닐까
과연 여기서 아이들은 이 설화와 설화를 동화로 재구성한 동화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어른들이 제시한 조건에 부합되지 않아 죽임을 당한 아기장수가 되고 싶어 할까 그렇게 죽은 아기장수를 안타까워해야 할까 아니면 그런 죽임을 강요한 어른들의 가치관이 올바르다고 바라봐야 할까 자신보다 더 나은 존재는 애당초에 그 싹을 싹둑 잘라 자기가 뒤처지는 그런 우환을 없애 버려야 한다고 배워야 하는 걸까 아기장수를 죽인 힘 있는 어른들이 나쁘다고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