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 영감
동래장과 구포장 오가며 삿자리 장사하는
몰골이 하분한 빼빼 영감
만등고개 넘다가 고개 마루 주막에 앉아 쉬는데
도적떼가 할기족족 나타나 협박하니
‘돈 없는 장꾼이니 불쌍히 여겨 달라’
애원해도 때리고 발길질하니
빼빼 영감 두 눈에 불끈 솟은 힘줄
묶인 밧줄 풀고 이놈 저놈 다 넘어뜨리니
혼비백산 달아나는 도적놈 잡아다
소문내지 말라며 술대접 거나하게 해서 보낸다
훗날 나라님이 찾았지만 온 데 간 데 없더라
비상한 힘을 가진 빼빼 영감이야기는 만덕고개를 지나면서 들으면 더 흥미롭다 갈대를 엮어 만든 삿자리를 팔러 다니는 홀아비 빼빼 영감이 만덕동과 온천동을 오가며 구포장에 장사하러 다니다가 만덕고개 한 주막에서 도적의 무리를 만나 홀로 많은 적을 상대하여 모두 물리쳤다는 이인담異人談이다
이인담은 보통 사람과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이나 신의 이야기 혹은 일상과 다르게 그림 속으로 들어가거나 그림 속에서 나오거나 알에서 태어나거나 죽거나 살아 천상으로 오르거나 하는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한 신통력을 지닌 사람들의 내용들을 이야기화 한다
빼빼 영감이야기는 외모가 왜소하고 연약해 보여도 겉보기와는 다르게 기골이 장대한 도적떼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람을 겉으로 보지 말고 속을 보라는 의미를 내세운다 그리고 그 힘을 나라님이 빌려쓰고자 찾았으나 사라지고 없더라는 점에 기이함은 더해진다
만덕고개는 예로부터 험하기로 이름 나 있던 곳이었고 장꾼이 아니면 잘 다니지 않는 험하지만 빠른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온천동에서 구포에 이르는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빼빼 영감이라는 인물에 심리적인 의존성이 더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힘이 있고 기이한 존재인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 때문이다
빼빼 영감이 가진 힘의 위력은 가장 약한 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강한 힘을 발휘한 데서 더 잊히지 않는 존재로 묘사된데 있다 강하게 보이는 사람이 허약한 모습을 보이면 웃음거리가 되지만 허약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사람이 위력을 발휘하면 그 힘은 상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괴력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빼빼 영감의 이야기는 그래서 만덕산길을 오가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자신보다도 더 허약해 보이는 나이 많은 영감의 신비롭고 강인한 힘을 빌어 무서운 길을 마음 편하게 걷고 싶은 마음에서 온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