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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분재

by 김지숙 작가의 집

모분재 慕盆齋



낙동강 경계로 동쪽은 신라 서쪽은 가야

서로 맞붙어 싸우다가 가야가 망하자

일본으로 산골로 시랑골에 모여

가야 땅 보이는 언덕바지에 모분재 지어

허분허분 나라 잃은 서러움 달래며

분산성을 잊지 못해 재를 올리고

송우정에서 옛벗 만나

망한 나라 애잔함 쓰렁쓰렁 나누네



모분재는 부산 북구 구포동 시랑골 마을에서 구전하는 이야기이다 가야 사람들이 나라잃고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깊은 산골로 숨어들거나 대리천이 흘러내리는 시랑골에 옛 가야사람들이 살던 곳이라 시랑골로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가야땅이 훤히 보이기에 그곳에 정자를 짓고 나라잃은 허망을 달랜 곳이기도 하다 김해분산盆山을 잊지 못해 분산을 휘한 제를 올리던 곳이 모분재慕盆齋이고 친구들이 모여 술잔을 돌리며 친구를 떠나보낸 곳이 송우정送友亭이다

북구 이 근처에서 꽤 오래 살았다 자주 지나다니고 야생초를 탐방하면서 이곳을 예사롭게 지나다녔지만 모분재나 송우정에 대한 구전 이야기들을 접하지는 못했다 망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을 풀어낸 곳이다

시대가 바뀌면 나라도 새롭게 서고 그 나라는 단 한사람의 배신만으로도 충분히 사라지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한사람의 내편만 있어도 발디딘 그곳에서 살아내기도 하고 그 한사람이 없어도 살아내기도 한다

사람의 일은 언제나 사람으로 결정된다 누구에게는 영웅이지만 누구에게는 만고의 역적인 인물도 있다 이런 상반된 상황조차도 언제나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입지는 크게 달라진다 역사는 영웅의 편에 서 있고 싸움에 진 자의 편을 들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조차도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믿지 않은 지 오래다

한을 풀 기운이 있다면 힘을 길러 되찾으려는 노력을 했어야지 왠지 나약한 자의 넉두리같은 모분재를 보면서 그 나약함과 분함을 좀 더 긍정적인 곳으로 모아 더 강한 힘을 만들어 내지 못한 선조에 대해 더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망국지음亡國之音이라고 하여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사치스럽거나 슬픈 음악을 가리키는 소리를 지칭한다 이는『예기』「악기(樂記)」편에 나온다 물론 원인과 결과가 다르긴 하지만 더 이상 재기 하지 못하도록 가야를 점령한 신라에서 모분재와 송우정을 만들어 그들의 힘을 분산시키고 나약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을 아니었을까 과연 모분재와 송우정은 순수하게 만들어졌을까 정말 그 의도로 그들이 그들이 만든 것일까 앞날을 도모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애도하기 위한 공간이라니 이는 더욱 힘을 빼기 위한 전략이 개입된 공간은 아니었을까 잡지 못하는 과거를 생각하니 더 수많은 안타까움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내가 바로 그 망한 금관 가야의 김해김씨후손이며 지금도 여전히 가야국이라면 나는 공주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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