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아지매
자갈만큼 사람 많고
밟는 소리 요란한 자갈치 시장
피난길에 길 잃은 땅꼬마
영도다리 위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생선장수 할매 따라나선 시장에서
갖은 잔일 심부름 하다 어느새 나이 들어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코벌름이 자갈치 아지매 된
흥남부두에서 태어난 키 작은 소녀
부산토박이로 살아가면서 자갈치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으며 살았다그리고 자갈치에 대한 대화 속의 흥망성쇠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자갈치는 척삭동물문 조기어강 농오목 등가시치과 자갈치속에 속하는 최대길이 9.7cm의 생선 자갈치G. brashnikovi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의 자갈치가 이 생선이름에서 유래되지 않았다 자갈치는 몸이 옆으로 납작하고 꼬리 쪽이 가늘고 길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서로 합쳐져서 있는 갈색 물고기이다 물론 이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자갈치는 부산 중구 남포동에 위치한 대표적인 수산물시장 이름이다 주로 횟감이나 해산물들을 수족관에 넣어두고 팔지만 주변에서 재래시장처럼 좌판을 하는 노점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노점상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새로 상가를 만들어 그 안에서 거래가 주로 이루어진다
간혹 이곳 수족관에는 희귀 어류들도 드나든다 자갈치 하면 아지매가 뒤따라 붙는다 횟집 꼼장어구이 해물요리 등 다양한 바다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자갈치라는 이름은 바닥에 물이 흥건하므로 자갈이 많이 깔려있어 붙인 이름이지만 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자갈은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은 시멘트로 잘 포장되어 있어 이름만 무색하다
자갈치를 찾는 사람들도 예전만 못하다 새로 건물이 들어서면서 예전의 재래시장처럼 쉽게 접근을 하기보다는 목적성을 갖고 주머니를 점검하고 난 뒤에라야 시장입구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1층과 2층은 수산물 시장이고 3층은 노래방과 상인회사무실 5층과 6층은 뷔페 레스토랑 웨딩홀 7층은 게스트 하우스와 전망대가 있다 막상 부산토박이로 살면서 이렇게 새로 잘 지어놓은 자갈치 시장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가기에는 왠지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갈치 아주머니들은 전쟁통에 피란민이 되어 먹고살 길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영도로 가는 다리 옆으로부터 길게 늘어진 이 시장은 도를 끼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지하철이 생기면서 지하도를 건너야만 가능했기 때문에 한동안 상권이 죽어갔다 이후 다시 도로 위에 건널목이 생겼지만 예전만큼의 상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수변공원은 잘 조성되어 있고 해물빵을 파는 가게도 있다 자갈치아주머니의 억센 생활력을 떠올리는 대표적인 공간 자갈치는 부산을 다녀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옛날의 느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자갈치는 이미 추억 속의 공간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