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달네 몯딸아기
천리마가 달리면 제 그림자도 못 따라잡는
봉래산 아랫마을 사는
낯빛이 보윰하여 서너 번 가야 겨우 만나는
혼사 나이 가까운 몯딸아기
잘 났기로 소문나서 궁합 책력 보지 않고
고붓고붓 신행길에 나섰더니
이 고개는 까치 저 고갯길
여우가 길을 막고 달리던 말이 쓰러지네
시집살이 더맵살이 열 솥에 불을 지펴 삼베 자고 명주 자고 찹쌀 멥쌀 떡 하느라 손끝 발끝 물투성이 개집살이
촐랑 맞다 방정맞다 꾸중 줄 선 시댁살이 고초 고생 끝이 없다 어이없이 죽어 연밭에 묻혔더니 연꽃으로 환생하네
김선달金先達네 몯딸아기는 기장 철마 장전리에서 길쌈하면서 부르던 노동요이다 삼베길쌈 무명길쌈 명주길쌈 등 모든 길쌈의 과정이 길고 지루해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과도 같은 노동요이다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선창과 제창으로 불렸으나 길이가 진 노동요라 쉽게 전파되기는 힘들었을 듯하나 자신들 역시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여기서 몯딸 아기는 김선달네 맏딸로 궁합과 책력이 맞지 않아도 맏딸이라는 상황으로 보아 입을 줄인다는 개념에서 가난한 김선달의 부모는 역지로 시집을 보내는 상황이다 고개 하나를 넘을 때마다 까치와 여우가 나타나고 타고 가던 말의 다리가 부러지는 등 가지 말라고 앞길을 턱턱 막고 있다
실제로 노동요에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길쌈 속에 담긴 여성들의 고된 감정이 책력과 궁합이 맞지 않는 여성들의 삶과 부합되어 느끼는 고통에 근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혼인설화는 사람이 아닌 자(타종족으로 상징되는)와 혼인하는 이혼교류설화나 혹은 분수에 넘치는 헛된 욕심으로 혼인에 대한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두더지 혼인설화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원수와결혼한 열불열녀설화 일부일처제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밤에만 동침하는 형식 신라 때 성행하던 동성근친혼 김유신부모의 혼인과 강수의 사례에서 보이는 자유혼과 중매혼 용왕의 딸과 혼인한 작제건의 이혼을 보면 다양한 형태로 전파되고 허용되기도 한다
구전설화에 등장하는 혼인의 형태는 대부분 중매쟁이의 등장으로 이루어지고 혼인당사자의 의지는 포함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혼인은 배우지에 대한 외양을 표현하지 않는 내용이 다반사인데 호동설화에서는 호동이 잘 생기고 천성이 총명하다고 하였으며 김선달네 몯딸아기는 신붓감이 얼마나 예쁘고 고운지에 대한 설명이 잘 되었다 각 시대별 나라별 다른 혼인의 풍습과 서민과 지배층의 풍습이 달랐으니 뭐라고 할 말은 딱히 없지만 김선달네 몯딸 아기에는 궁합과 책력에 대한 믿음을 믿어야 고생을 덜하고 잘 살아낸다 의도가 담겨 있다
현대의 지금 이 순간에도 혼인을 하면서 궁합 책력을 보고 혼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유연애를 한 경우라도 이러한 궁합의 반대에 혼인을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들도 주변에서 보게 된다 과연 궁합이다 책력이 어떤 대상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대상을 통계치로 삼아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공합통계에 젊은 이들의 혼삿길 막는 것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것을 보지 않고 만나도 잘 사는 사람이 있고 돕고 만난 사이라도 원수처럼 헤어져 버린 관계도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들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의 기준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사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과연 내가 옳다고 밀어붙이는 것이 올바른가 입하나 덜자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좀 더 나은 집으로 혼사를 결정하고 보내버린 몯딸아기가 결국 죽어 연꽃으로 환생한다는 이 엄청한 말도 안 되는 당대의 시대 현실 앞에서 화가 나는 것은 어찌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