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구전 노래
오라비가 녹양첨지에게 돈을 빌려
어린 우구전을 그놈 앞에 데려가니
우구전이 하는 말이
‘은을 돈을 받았나 술 담배를 먹었나 왜 나를 팔아넘기나’
동생 말에 부끄러워 부모 묘에 가서 대성통곡하였더니
죽은 부모 나타나서
‘우구전 다시 데려오라
평생 먹을 것 마련하고
너는 우리 따라 하늘가자’
옷자락 당기는 꽃 같은 동생
‘너를 두고 어이 갈꼬
전아 전아 우구전아
중중모리 얹힌 사랑 미안해서
어이 갈꼬’
거머멀쑥 가량스런 오라비
우구전 노래는 독창으로 부른다 노름빚을 대신하여 동생을 녹양첨지에 팔아넘긴 오라비가 부모의 묘에 가서 대성통곡하다가 꿈에 나타난 부모의 말을 듣는 내용들로 이루어졌다 전통적인 농업사회에서 길쌈할 때 부르는 노래이다 부녀자들의 고단함을 달랬다는 이 노래를 들으면 구슬프기 짝이 없다
왜 옛 여자 들은 이런 내용의 노래를 부르면서 길쌈을 하는 등 노동을 했을까 현실에 힘든 자신들의 삶을 위로받기 위해 더 애달프고 고단하고 슬픈 우구전의 이야기를 들여와서는 그래도 내가 우구전보다는 자신이 더 낫다는 위로를 받으려 그 노래 부르고 그 소리에 스스로 각인 당해 위로하고자 한 것일까
당대의 삶속에서는 여성에 대한 몸값을 매기고 노름빚으로 환산될 만큼의 가치로 평가되는데도 이런 삶에 대한 불합리한 각성은 고사하고 그걸 가여운 삶을 노래 삼아 위로받는데 그치고 그걸 힘든 노동에 대한 위로로 삼아 불렀다는게 어찌 보면 세뇌의 한 단면이 아니었을까
누가 제일 먼저 그 노래를 만들고 불렀는지 모르지만 힘들고 고된 삶의 극복의 방향을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의 삶을 들여온다는 점에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자 한 점이 과연 여성이 만든 노래인지 아니면 남성이 만들어 부르게 했는지 혹은 어느 지배계층의 의도인지 도통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의 가치관에서 들여다보면 어이없고 열악한 삶에 대한 정말 구차한 극복 방식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꼭 그래야 했을까 꼭 그지경에 이르러서 노름을 해야 했고 빚을 져서 동생을 늙은이에게 빚대금으로 팔아넘겨야 했을까 그게 허용된 사회구조조차도 그래야 했을까 그래놓고 부모묘를 찾아가서 대성통곡은 왜 한 건지 그리고 그런 노래를 만들어 부르게 하며 길쌈하는 사람은 무슨 의미를 알고 혹은 갖고 하는 건지 어찌 보면 참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은 내가 옛날 길쌈 하는 여자가 아니어서 행복하다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도 아닌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다른 여러 가지 구조나 속박의 형태로든 살아가야하는 지구상의 여자들 아이들 그리고 힘없고 나약한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어떤 어떤 방식으로든 세뇌되고 그런 류의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