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금자동아 은자동아 우리 집 보배동아
하늘에서 내려왔나 땅속에서 솟아났나
바람결에 실려 왔나 구름 따라 묻혀왔나
소슬 밥 달게 먹고 순풍 순풍 자라나서
무탈장수 너른 인품 바른 일 옳은 자리
시절인연 고이 만나 다복하고 어질게 살
어와 둥둥 보배동아 어와 둥둥 사랑동아
아기를 재우는 엄마의 자장가는 시대를 막론하고 자녀의 귀함을 담고 있다 여자는 약하나 엄마는 강하다는 흔한 말이 아니더라도 자녀를 품에 안고 재우면서 부르는 자장가 속에 드러나는 엄마의 마음은 종류도 다양하고 길이도 길다 아기가 잠들 때까지 불러야 하기 때문이고 각기 다른 환경 속에 자라는 아기를 편히 곤히 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이 담긴 자장가는 그네나 아기구덕에 누운 아기를 흔들거나 등에 엎고 흔들어 재우면서 그 동작에 맞추어서 이루어진다 심청가나 옹고집 타령에도 중간중간 섞여 나오는 고전 속 자장가는 그 전승력이 대단하다
금보다도 은보다도 아니 그것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귀한 자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 그런 마음을 공유하려는 어미들의 입을 통해 전승되어 내려온 것은 아닐까
경북 영덕에서는
<자장자장 우리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수명장수 부귀동아 우리 아기 잘도 잔다(중략) 부모에게 효자동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동기간에 우애동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일가친척 화목동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나라에 충성동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경북 봉화에서는
<둥실둥실 모개야 아무락구 굵아다오 둥굴둥굴 모개야 개똥밭에 궁글어도 아무락구 굵아다고>
제주시 아라동에서는
<우리애기 하ᆞ릇밤자믄 물웨크듯 커감져 우리 아기 이틀밤자믄벙에가ᆞ찌 커감져
경기 파주에서는
<자장자장 자는고나 우리애기 잘도잔다 은자동이 금자동이 수명장수 부귀동이 은을주면 너를살까 금을주면 너를살까 나라에는 충신동이 부모에게 효자동이 형제간에 우애동이 일가친척 화목동이 동네방네 유신동이 태산같이 굳세거라 하해같이 깊고깊어 유명천하 하여보자 잘도잔다 잘도잔다 두등두등 두등두등 우리아기 잘도잔다>
라고 하여 각 지역별로 지역의 특성을 실어 자장가를 불러 아기들을 키워왔다
위의 자장가는 나의 할머니께 들어왔던 자장가 가락을 토대로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재울 때 불렀던 가락이다 아마도 기존의 가락에 당신의 바람을 가사로 담아 자장가를 불렀던 것이다 그래서 전해 내려 오는 가사와는 조금씩 같으면서도 조금씩 달랐다
자장가는 귀하게 태어나고 자란 집안의 아기들에게 들려준 건 아니었을까 칠 남매의 막내 팔 남매의 어중간한 위치의 가난한 집 아이들이 자장가를 들으며 곤히 잠들 여유나 있었을까 물론 어느 자식이든 귀하지 않았을까만은 정성을 들여 키운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남아선호사상들을 생각할 때에 가난하고 식구 많은 여자아이들에게조차 이런 깊은 사랑을 퍼부어 키우는 엄마의 마음과 삶에서 오는 여유는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그럼에도 그런 여자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자녀를 키울 때에 자장가 가락에 자녀에 대한 희망과 꿈을 담아 자녀를 키워왔다
어쩐지 고전 속 자장가를 생각하면서 흐르는 세월 속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아기들이 자장가를 듣고 자랐을까 굳이 고전이 아니더라도 전후베이비붐 세대를 기점으로 그 이전 세대에서 자장가를 듣고 자란 아기들은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이 든다 사람살이가 편해야 자식을 키울 때에도 여유가 있고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아마도 전후 베이비 붐 세대가 부모가 되어 낳고 자란 자식들이 이후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미의 마음이 여유를 갖지 않았을까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지금은 중년이다 하지만 아기들은 자신이 어릴 적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자랐는지 부모가 생존하지 않으면 대체로 알 길이 없다 부모 역시 아기를 어떻게 키웠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잘하지는 않을 테이고 그러다 보니 전해 내려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대는 자장가뿐이다 거기에 자신의 바람을 담아 지역마다 변형을 한 것이다 어쩌면 자장가는 쉬이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의 노래이기도 하지만 당시 상황이나 겪어야 했던 엄마가 당면한 바람들이나 희망하던 일들을 자장가라는 가락 속에 섞어 부르며 자신이 잠들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까
전후 베이비 붐 세대들 혹은 그 이전 세대즐 중에서 자신이 자장가를 들으며 자랐다고 들었거나 혹은 그렇게 믿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가끔은 참 궁금하다 그리고 이전 전쟁통이나 일제강점기 그리고 또 그 이전의 시대에는 먹고살기조차 힘들었고 밤에 제대로 불도 켜지 못하고 살던 세대의 사람들에게조차도 자장가는 어떻게 전승되었을까
그럼에도 이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저절로 구전되는 혹은 학교에서 배운 자장가를 자신의 아기들을 재우기 위해 불렀을 것이다 나 역시도 구전되는 자장가를 할머니의 입에서 전해 들은 대로 부르고 내 자녀들을 키웠다 그건 엄마이기 때문에 들을 대로 잊지 않고 재구성하여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요즘은 나이 탓인지 잠이 와서 막상 자리에 누우면 잠이 잘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대에 내가 꺼내 부르는 노래가 내가 나를 잠재우는 자장가이다 나를 위해 부르는 자장가에 어느새 잠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