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들이
가덕도 앞바다는 물살 세고 먹을 것 만실해
봄이면 흰 막이 낀 두 눈 숭어떼 모여든다
연안 가까이 숭어 떼 떠오르면
아 스라한 산중턱에서 망보던 어로장
‘어구 봐라’ ‘후려라’
소리치면 어선들 숭어 떼 순식간 둘러치고
선원들 달려들어 숭어 지나갈 때
다 같이 그물 펼치면
무동력 여섯 척 배 다 귀 다귀 붙어
밖목선 안목선 밖장등 안장등 밖귀잡이 안귀 잡이
조용히 이동하여 그물 들어 올려
다래다래 붙은 숭어 잡아내는
육소장망 숭어들이
요즘도 가덕도 가파른 산중턱을 보면 숭어를 잡기 위해 만들어놓은 어로망대가 보인다 아니 가덕도뿐 아니라 고기잡이를 하는 방식에 따라서 산중턱을 자세히 보면 어로망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군사시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군사시설은 숨겨져 있어야 하는데 어로망대는 혹처럼 산에서 불쑥 튀어나와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기장이 멸치잡이가 대표적이라면 숭어잡이는 가덕도의 대표적인 어종이고 어로형태이다 그래서 숭어는 보리숭어 참숭어 가숭어로 양식을 하지 않으며 숭어의 새끼룰 모쟁이 동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숭어는 수질오염에 매우 강하게 살아남는 어종이라 어느 곳이든 막론하고 살아가며 플랑크톤이나 작은 어류 물풀 등으로 먹이활동을 하는 생명력이 강한 어종이다
숭어는 Mugil속 가숭어는 플라닐리자Planiliza속에 속하는다 참숭어와 가숭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가숭어는 겨울이 참숭어는 11월-4월이 제철이며 가숭어는 머리모양이 평평하고 참숭어는 둥글며 가숭어는 눈과 몸통이 노랗게 참숭어의 꼬리는 V형이며 가숭어의 꼬리는 평평하다
숭어는 알집에 무거운 돌을 얹어 가공한 어란은 가숭어의 알로 만들며 값도 비싸게 팔린다 참숭어의 알은 보타르가를 만든다 부산 경남 일대에서는 가숭어를 밀치라고 하여 가성비가 높은 횟감으로 등장한다 밀치는 맛도 숭어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은 밀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숭어잡이는 많은 사람들이 대동단결로 이루어지는 어로작업이다 어느 한 곳에서 잘못 지시하고 잘못 받아들이면 숭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요즘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산 위에서 살아서인지 맑은 날이면 바닷물이 잔잔한데 물고기 떼가 밀려오는 것 같은 이상 기류들을 보게 된다 돌고레떼나 상어 떼일 수도 있고 바다 위에서 바람이 이는 것일 수도 있다 궁금해서 바다로 내려가 방파제에 가면 고기떼들이 밀려드는 것을 바로 볼 수가 있다 사람들은 밀려드는 고기떼에 낚싯대를 들이밀지만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고 어쩌다가 길을 잃은 고기가 걸려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고기가 숭어다
봄에는 훌치기로 여름 가을에는 찌낚시로 숭어를 건져 올리는데 크기도 무지 커서 한 마리만 해도 서너 명은 족히 먹을 만하다 그런데 숭어는 머리 부분이 유난히 커서 머리 떼고 배속 떼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양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어쩌다가 파도를 타고 숭어 떼가 몰려들면 사람들은 어찌 알고 나타나서는 모두들 숭어 한두 마리씩은 건져 올리는 것을 보면 숭어가 눈먼 고기인 줄 알게 된다 인심 좋은 낚시꾼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한 마리씩 나누기도 한다
부산에 살면서 팔뚝보다 더 큰 숭어를 잡던 기억 낚시꾼이 나누는 숭어로 회를 뜨서 먹던 기억들은 환한 추억이 된다 언제나 숭어잡이들의 거물에 걸려든 숭어 떼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희망을 꿈꾸었을까 산 위에 놓인 어로망대에 서서 어로장은 또 얼마나 애가 타고 목이 쉬었을까 어느 직업인들 목이 아프고 애간장이 타지 않는 직업은 없겠지만 산 위에서 바다 위의 배에 있는 사람들과의 수교신에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는 다 쓰러져 가는 폐망대를 보면서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은 핸드폰이나 무전기를 사용하고 어군 탐지기가 있어서 물속을 꿰뚫고 있기에 어로 망대가 굳이 필요할 까만은 버려져 있는 망대를 보면서 한때의 영광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밥줄이 저 망대에 선 어로장의 몸짓과 말에 달렸는지 그 위장을 다듬기에는 한없이 초라하기까지 하다 벼랑을 지키고 선 어로 망대를 보면서 모든 것은 때가 있고 때를 만나지 못하거나 때가 지나고 나면 저처럼 쓸모 없어지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때를 만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어디 한둘이며 때가 지났는데도 굳이 아둥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디 한둘일까 전나무 받침대를 한 아직은 튼튼한 때를 보낸 저 어로망대를 보면서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