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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배 끄는 소리

by 김지숙 작가의 집

강배 끄는 소리



어기영차 어기영차 샛강속은 가시밭길

어기영차 어기영차 고디꾼아 조심해라

어기영차 어기영차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기영차 어기영차 목말라서 못하겠다

어기영차 어기영차 바로 앞이 나루로다


단디단디 잘 묶은 밧줄마다

땅방울이 맺혀있고 고개들면 어느새

넓디넓은 낙동강 눈앞에 서 있네

해님이여 안녕 달님이여 안녕

단단히 묶은 줄을 잡고 다시 한번

어기야 어기디야 어영차 어기영차




강배 끄는 소리는 낙동강이 수로운송역할을 하던 시절 낙동강 주변의 마을에는 어김없이 불렸다 일정한 음으로 되풀이되는 여음과 실질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 고딧줄꾼소리는 범선을 고딧줄에 연결해서 강둑을 따라 끌면서 불렀다 위의 시는 원문이 아니며 변형조로 필자가 당시의 마음을 재현하여 지은 시이다

경북구미와 창원 북면 화천리일대에서는 이어 차 소리 강배젓는소리 배채소리 고딧줄꾼소리로 운반노동요로 그 지역의 환경에 따라 발생한 일반적이지 않은 노동요이다

곽동현명창이 부르는 이 강배 끄는 소리를 들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강에서 뱃일을 하고 난 후 배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낙동강에서 뭍으로 배를 끌어올리는 극심한 노동 속에서 일꾼들이 불렀던 노래이다 절대로 낭망이나 흥겨움 풍요로움을 담고 있지 않은 고통과 고난의 순간들에서 이런 노래들을 부르고 있다

이와 유사한 배 끌기 노래는 표도르 살리아핀의 볼가강 배 끌기의 노래도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물을 운송수단으로 배로 생활의 터전을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배 끌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너나 할 것 없이 이 배 끌기를 하면서 서로 힘쓰기를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다른 나레애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통을 해소하는 방식이 슬기롭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에서도 민족성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노동요는 생명력을 갖는다

세계 속의 노동요는 자메이카의 칼립소를 들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아를 노동요로 칭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댄스리듬이 아닌 풍자형식을 띤 노래이며 다만 곡 자체는 자메이카의 고유한 장르인 멭토음악의 인 노동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요라기보다는 빈곤 사회현안에 대한 논평을 다루거나 성적 빈정거림 등을 담고 있다

아이누족의 음악에도 노동요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아니누 전통적 세계관을 담은 카무이에 대한 서사를 담은 유카르가 중심이지만 일이나 노래를 할 때에 부르는 우포포 노래 부르며 노는 야이사마와 같은 형태의 춤과 노래가 있다 우포포는 여럿이서 노래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홋카이도 포로토 호수변에는 우포포이라는 다양한 체험공간을 만들어 고대 아이누족의 생활상과 고전무용등을 펼치고 있다

야노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아카펠라곡조로 이루어진 경우이며 소와 말과 양 등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만든 음성대화에 속한 전통목축 시스템을 담았다

노동요는 세계민속음악에서 찾아보면 대개의 경우 산악지대에서는 계곡과 계곡을 넘나드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도구로 집단의 결속력을 다지는 의미로 혹은 위계질서를 갖추는 도구로 이 민요들을 다루고 있다

그 밖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노예들이 목화를 재배할 때 부르는 노동요 형테인 노래를 합쳐 부르는 Blue Devils에서 유래했을 거라는 가설에서 온 블루스는 반복적인 콜 앤 리액션의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이런저런 노동요들이 세계곳곳에 산재해 왔으리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다양하고 수많은 지역성을 지닌 노동요를 지닌 나라가 흔치는 않으리라는 믿음이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드러난 노동요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 민족이 영민하고 흥이 많고 부지런하고 힘들 때에도 노래를 불러 단결심을 돋우고 힘을 모아 일을 조리 있고 가성비 높게 열심히 해내는 점 마을마다 사람마다 다른 가사로 만들어 부르는 창의력 다른 노동에 응용하고 정보는 나누는 융통성 곡조를 붙여서 다양한 음색으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의미를 하는 전달력 둥 좋은 점을 지닌 훌륭한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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