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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Feb 26. 2024

자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자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공자는 양화편陽貨篇에서 도로 한가운데 똥을 싸는 사람을 가리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라 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下愚不移의 교훈을 남겼을까 그에 따르면 子曰 唯上知與下愚不移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인 상지上知와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 하우下愚는 습관이기 때문에 결코 변화하는 법이 없다

요즘은 어디 단체에 가나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자기 자랑으로 시작해서 자기 자랑으로 귀결된다 그것도 특별히 자랑할 것도 아닌 것을 입만 열면 기회만 되면 대화의 주도권을 쥐고 해외여행이나 자기가 가진 명품 누린 부모 자식 조상 등에 대한 자랑이다 특히 그곳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맞장구를 져 주는 사람이 있어 응대를 한다면 대화는 식을 줄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줄을 모르는 행동이다

특별히 듣고 있어야 할 이유도 없는데 듣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자기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일관된다 같은 이야기라도 듣는 이에게 도움이 된다거나 재미가 있다거나가 아니라 자랑의 일색이고 자기 자랑을 위해 상대는 더 늙었냐 너니 너는 어쩌다가 이렇게 외모가 형편없어 보이냐는 등의 말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 대응할 가치도 없고 주제 파악도 안되어 있어 공자의 말씀처럼 下愚不移 지나가는 개가 짓는 소리 정도라고 여겨야 적절하다 

겉보기에는 자기가 더 늙어 보이는데도 자기 얼굴이야 매일 보니 늙는 걸 모르고 남의 얼굴은 어쩌다 보니 나이에 맞게 나이 든 것을 모르고 무례하기 짝이 없이 상대를 비하하는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등의 상대비하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계속한다 거기에 헤세와 과장까지 부풀리고 거짓까지 가세한다면 정말 들어주기가 피곤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정말 아깝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 그래서 뭘 어쩌라고 나더러 뭘 어쩌라고>  

사람이란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노화의 속도가 다르다 때문에 이에 관해 대화의 주제를 꺼내기는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대부분의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정상이다 그리고 이런 대화는 세상을 살만큼 살아본 사람들이 사이에서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자기가 자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남이 알아주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피부 시술을 받는 점 자신이 덜 늙었다는 점 등을 굳이 자기 입으로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옳은 것은 아니질 않는가 철이 덜 들어서 자기마음대로 하고 살아서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누리기 때문에 훨씬 덜 늙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지금껏 살던 대로 그냥 살면 그만인데 남의 시선에 꽂혀 자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철닥서니 없는 삶을 자랑질로 내뱉는 것 최소한 60년을 살고 나면 그만둘 일이다 가만히 아무 말 않고 듣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랑질이 얼마나 심각한지 자신은 잘 알지 못한다  

어느 단체에서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입만 열면 도무지 그 입이 닫히지 않고 그 내용도 그다지 들을만한 내용도 아니며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내용을 자기만 돈벼락이라도 맞은 행운을 얻은 것처럼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열변을 토해 상대방에 불쾌감을 조장하는 등 자신의 경사 자기 자랑에만 일색이고 타인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듣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이야기로 열을 올리는 회원들은 질색을 하고 그 사람만 제하고 다른 대화방을 하나 더 열어 모임을 진행한다고 했다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다 얼마나 잘못 살았으면 단 한 사람도 그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을까 싶다 도를 넘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 한둘을 슬슬 피하다가 단체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너도 나도 자랑이 시작되고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면 그런 자랑으로 대부분의 모임 시간이 이루어지고 암묵적으로 그게 용인된다면 그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면 무거운 절이 떠나기보다는 가벼운 중이 떠나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할까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구는 자기 열등감의 발현이다 특히 그런 자랑질을 하는 경우에 아무 반응이 없는 상대의 경우 내면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나름대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다는 판단을 하고 자기 가치가 우월해서 감히 언급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입만 열면 지자랑인 사람들을 옆에 두면 정말 피곤하고 불편하다 그리고 이렇게 지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은 결국 남의 험담으로 이어진다 어느 시골의 마을회관에서는 오죽해서 60살이 넘어 자랑하면 6만 원을 내고 하고 70살이 넘어 자랑하면 7만 원을 내고 하고 80이 넘어 지자랑을 하는 사람은 8만 원을 내고 하라는 말들을 한다 나이 들어하는 자랑은 푼수나 주책을 넘어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1도 없는 대화의 자세가 영 글러먹은 막돼먹은 사람이다   

세상살이가 갈수록 팍팍하다 삶이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남의 자랑질에 응대할 여유도 없다 남보다 나은 삶 남이 하지 않은 행동을 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기쁜 지에 대한 서슴없는 자랑질은 관심이 없다 삶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하와 칭찬과 부러움을 보내기보다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발만 불러일으킨다 

<저게 자랑거리나 되나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산다고는 하나> 대부분의 지 잘난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자신의 평가가 과대망상으로 이어진다 즉 자기애自己愛 narcis-sism는 자신은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으며 자기 과시적이고 과대망상적인 유아기적 사고에서 멈춰버리고 더 이상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동한다 

자기자랑이 타인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지를 헤아리는 내면적 성숙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얕은 자랑질에 스스로만 높아지는 습관이 붙어버렸다 자랑하면 <우쭈쭈> 하고 칭찬할만한 관계가 아니라면 더 이상의 관계 유지를 위한 에너지만 낭비될 뿐이다   

이런 류의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랑질에 능하고 자뻑이 강하다 자존심을 상하는 말 한마디면 과도하게 분노가 폭발하거나 절망하게 된다 자신을 향한 이기심이 극도의 자기애를 낳는다 이들은 자존감이 낮게 때문에 주어진 상황 속 타인들의 반응에 대한 관심도 없고 내면적 자각이나 수용이 없다

오직 자기 자랑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이타적이거나 공익을 위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순전히 자기를 높이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행동을 한다 따라서 단체나 타인에게는 이러한 사람들은 아무런 도움 되지 않고 들어주고 억지로 아무 대가 없이 <우쭈쭈 잘한다>를 해 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역겨워서 피하게 된다       

사이언티픽 어메리컨 마인드 Scientific American Mind의 한 기사에 따르면 핀란드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자기 행복을 자랑하지 않는 것 사회적 비교가 심하지 않은 것 사회적 social 잠재적 potential 정신적 psychological 자유도 freedom가 높은데 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에게도 자랑의 기술이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겸손하게 자신의 단점을 수용하기에는 인품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은 유년시절이나 사춘기 시절에 육체나 정신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입고 극복하지 못한 상태일 경우에 해당된다

혹은 과거 성장과정에서 지지리궁상 못살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재의 상황이 과거의 그때에 비하면 구중궁궐에 사는 만큼 월등하게 나아졌다고 인식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그걸 과시하는 태도가 지나치리만큼 과도하게 잦은 입만 열면 자랑질을 하게 된다 혹은 부모와의 애정 관계 형성에서 형제자매가 많아서 한 번도 칭찬이나 온전한 사랑을 못받고 자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이 챙기고 자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강박증도 없지 않아 남을 배려하고 챙길만한 감정의 여유조차도 없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자신만이 자신을 챙기고 드높이는 존재라는 것을 너무 일찍 습관화해 버린 결과이다 

실제 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자기의 삶을 결정하는데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화에 익숙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자기가 사는 삶에 대한 만족조차도 타인의 시선이 더 중요한 체면치레의 보여주는 문화에 적응하는 나쁜 방식으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간섭에 민감하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선택의 자유에서 타인을 중요시 여기는 삶 타인의 눈에 멋져 보이는 삶에 기준을 두다 보니 자연 이런 자랑질만 늘어나지 않았을까

입찬소리는 무덤 가서 하라 자랑 끝에 일 그르친다 자랑쟁이에게 흉이 더 많다 제자랑 삼 년에 수염도 돋지 않는다 비렁뱅이 비단 얻은 격 부엌에서 숟가락 얻었다 눈앞에 자랑 말고 뒤에서 헐뜯지 마라 파총벼슬에 감투자랑한다라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을 자랑하는 속담들이 오죽해서 널려 있을까  

자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최소한 자랑을 하려면 듣는 사람이 자신에 대해 호감을 갖는지 아닌지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자랑질로 넘어가야 하며 그 내용조차도 금력 권력 명품가방 해외여행 맛집 조상 등 표면적이고 가벼운 소비행태에 대한 노출 등 그다지 상대에게는 관심거리나 자랑거리도 아닌데 자기 자랑으로 일관하는 방식은 공감이 아니라 반감만 드세게 불러일으킬 뿐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자랑질에 능한 사람들은 자기 감정에만 몰두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의 반응이나 감정에는 무디고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 점은 염두에 두고 잘 끊는 기술도 필요하다  

상대가 물으면 답하고 그렇지 않다면 은근슬쩍 몇 마디를 포함하여 정보제공을 하거나 제삼자를 통해 자랑거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하는 방식도 권할만하다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도 하고 인생은 초로草露라 하여 창문 틈으로 흰말 한 마리 지나 나는 짧은 시간이다 길지 않은 인생 우리는 진정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남의 눈에 좀 더 잘 사는 것으로 있어 보이는 것으로 멋져 보이는 것으로 겉치레에 치중하다 보면 어느덧 속 빈 강정처럼 빈 껍데기만 남는다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타인의 시선이나 자신의 낮은 자존감이 기준이 된 타인이 원하는 삶의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체면치레 비교의식 사고의 경직성과 이를 벗어나려는 용기 우월성에 대한 집착 이러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신적인 자유로움을 누리지 않는 이상 자랑질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다보며 자신은 더한 상대를 만나게 되고 그 상대가 자신에게 맞받아쳐서 그 상처도 자신에게 소롯이 넘어오게 되는 자신이 상대에게 준 상처보다 더 많은 피를 흘리며 살아가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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