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꼰대의 심리학 -
꼰대의 심리학 -나는 꼰대일까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라 참견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간섭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이 모두 꼰대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국인은 정이 많아서 아니 정이 넘쳐서 버스 안이든 지하철 안이든 상관없이 남의 일에 관심이 참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게 어찌 다 꼰대의 영역에 둘 것인가 그럼에도 나는 나도 어쩌면 그런 꼰대가 될까 매 순간 겁도 난다 누구보다 꼰대를 싫어했고 꼰대로 나이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튜브) 선생이나 인(터넷) 선생 AI 쳇 GTp덕분에 어지간한 지식은 학교나 센터에서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자기만 알고 있는 지식이나 지혜가 최고인양 거만한 자만심으로 부풀려져 있고 다른 사람들은 마치 무인도에서 갓 풀려 나온 애송이 취급들을 한다 이 점이 바로 최근 꼰대들의 탄생을 더 부추기는 부분은 아닐까 물론 잘 나이 든 사람은 한 권의 백과사전이나 박물관과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실력에 더해 인품까지 잘 묵히고 더불어 인격마저 잘 익은 사람인 경우가 아닐까
그런데 이런 류와 달리 꼰대는 일반적으로 고집이 세고 자기 기준에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참견하기를 좋아하며 권위적인 점 말이 많고 요점이 없는 점을 주요 특징으로 삼으며 나이 든 그다지 배울 점은 없는 점이 결정적인 단서이다 이 꼰대의 기준은 나이가 아닌 가치관이나 오지랖 같은 특정 성향을 지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굳이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는 아니며 젊다고 꼰대가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굳이 꼰대라고 지칭하는 경우는 자신이 상대에게 내놓을 점이나 배울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자신은 대접받기 바라며 자기 생각을 지나치게 확신하고 주장하고 상대에게 이입하려는 성향이 대체로 강하다
왜 사람들은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려고 들고 바라지도 않는 호의를 베풀려고 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들을 솔선수범해서 친절을 베풀며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일들을 구태여 상대에게 강제 주입하며 알리려는 것일까 그 점은 도덕성이 방향을 잘못 잡았거나 이타심이 지나치거나 혹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내가 냅네>라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마음에서 비롯된 잘못된 보수적 성격 탓은 아닐까
특히 요즘은 sns에서는 꼰대의 검열기준이 떠돈다 한 번쯤은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기준을 정리하면, <젊을 때는 고생을 해야 인생을 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거나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면 기분 나빠하거나 <내가 그 나이 때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거나 굳이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충고를 서슴없이 한다거나 현재의 눈앞에 있는 사람과 자신의 과거를 비교하거나 나이 어린 사람에게 쉽게 반말로 시작한다거나 <요즘 애들은>이라고 시작하는 말투를 자주 쓰면 기본적으로는 꼰대의 영역에 든다
가장 기본적인 꼰대의 기준은 나이가 많고 적음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판가름이 난다 어쩌면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다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불문하고 현명한 이기주의자들도 많다 그래서 기본적인 꼰대를 좀 더 확장하면 내로남불 오지랖 적반하장 책임전가처럼 눈에 띄는 이기심의 극치를 이루는 특징을 지니므로 이 기준으로 판단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평범한 꼰대의 입문은 바로 짬밥그릇 운운하는 순간 결정된다 이 영역의 꼰대는 짬밥 그릇에 연연하기 때문에 그냥 봐주기는 힘든 정도이며 되도록 피하고 싶은 특징을 지닌다 짬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고 거들먹거린다 가진 것은 묵은 세월 밖에 없고 경험도 능력도 지위도 명예도 돈도 없지만 남에게 충분한 대접을 받기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 변명도 사과도 수습도 없이 자기 가치를 스스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순간 우리는 바로 꼰대의 영역으로 편입하게 된다 자기 생각에 대한 강력한 확신이 있다 손 치더라도 그 확신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면 무관하지만 그 강한 신념이 고정관념이고 편견이라 더군다나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면 이는 확실한 꼰대 영역에 접속하게 된다
나는 왜 이렇게 꼰대에 대한 서론이 이렇게 긴 걸까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꼰대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살아보니 그 말들은 나를 위한 옳은 말이었고 나를 위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지난 일들을 후회하기도 했다 꽤 나이 많은 꼰대의 지적질에 강하게 저항한 적이 있었고 주변의 한사람이 <당신도 나이 든다>며 꼰대의 편을 든 적이 있었다 <나는 저렇게는 나이들지 않을거라 늘 다짐하며 산사람이다>라고 말하고 <나이 들었다고 다 저러냐> <요즘 얼마나 교양있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냐며 나이든 사람들을 모욕하지 마라>고 말하자 제3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사람들은 나이든 꼰대는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할까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상사의 부당한 행위들이 하나같이 권위적이고 꼰대라는 점을 늘 느껴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사람들이 모여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바로 이곳에 세상의 모든 종류의 꼰대들이 모두 모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생각을 경청하기보다는 누구의 말이든 잘라서 자기가 먼저 말하고 싶어서 우선이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자기 입장을 더 많이 말하고 때로는 서너 명이 한 번에 말을 하는 통에 누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모른 경우도 있다
남의 희생은 가볍게 여기고 자신의 행동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남보다 조금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가졌다고 자랑하고 유세 떨고나 남편자랑 자식 자랑 손주 자랑 돈자랑 차자랑 여행자랑까지 온갖 자랑에 열을 올리면서 다른 사람들의 무관심한 표정에는 관심도 없이 입열기에 바쁜 사람들을 보면서 <바로 여기가 꼰대들의 집합소네>라는 생각이 몰려든다 이런 속에서 고개라도 끄덕이며 이런저런 장단에 맞추어 주다 보면 그걸 다 인정하는 느낌이고 그들과 꼭 같은 같은 꼰대가 된 느낌이 든다
자기 자신보다 남에게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는 반면 남에게 무관심하고 자신만을 채근하는 사람도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해가 불가능한 사람이 너무 많다 한 때는 왜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지 답답하고 궁금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 답답하지만 당연하다 인정하게 된다
남에게 갖는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자기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더 할애한다면 꼰대가 되는 시간은 좀 더디게 다가올 것 같다 정말 자신의 과거는 그렇게 화려했는지 아닌지는 오직 자기 양심만 안다 그리고 능력 인품 신분 등을 배제한 채 짬밥 그릇 수만을 내세우는 어리석음 속에서 과연 그 기준은 합당한 건지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한다 깊이 생각한 시간만큼이나 천천히 꼰대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디고 깊게 생각하게 될까
꼰대에도 참 여러 종류가 있다 <타인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교육받은 사람의 특징>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우리는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상대의 말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여 그의 견해를 저지할 수도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가 옳다거나 자기 편견 자기 도덕기준을 타인에게 적용하거나 자기 취향을 기준으로 상대가 어떤 이유를 대든 간에 상대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무자비한 꼰대>가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지나친 간섭은 꼰대의 영역에 든다 상대가 원하는 실질적이거나 물질적 도움이 아니라 허접한 물건들로 인사치레하고 자기 만족하며 조언이나 오지랖을 떨며 그 분야의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경우엔 인내심을 요하고 어느 누구라도 그 상황을 인내하지 못하면 분위기는 일순간 엉망이 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봐줄 만한 <허용가능한 꼰대>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만나자마자 안부도 없이 바로 청문회를 하듯이 계속 가족사며 일상생활이며 직업이며 재산이며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고 취조하고 호구조사 집안 조사 나아가 아들에게도 안 한다는 생활비 급여조사까지 하는 심문행위를 서슴없이 한다 일면식도 없는 자식 손자의 자랑에 소식까지 물어 나르는 오지랖은 정말 견디기 힘든 경우가 있다 대개는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절대로 상대에게 일상생활이상의 것을 파고들어 질문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예의인데 꼬치꼬치 파고들어 알아내고 그것을 동네방네 퍼뜨리는 입쌀방정을 떠는 꼰대와는 좋은 관계가 유지되기 힘들며 이는 <악질 꼰대> 영역에 든다 이런 류의 가장 최악의 숨 막히는 꼰대는 손익관계에 놓이지 않는다면 가능하면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대개의 고지식한 꼰대들은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기 때문에 대화가 잘 안 된다 또한 꼬집고 세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무리 유익한 말을 한다 손 치더라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그곳에 쏟을 필요가 없다 조언을 구한다는 핑계를 대놓고는 실컷 상대방의 에너지를 뺏고는 결국 의논이고 조언이 고는 강건너로 던져버리고는 자기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는 고집불통의 곤대는 어디건 있다 타인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앞 뒤가 통통 막힌 꼰대 하고는 대화는 커녕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는 피곤하기 이를 때 없다 이는 대표적으로 고지식한 <통통 막힌 꼰대>다
살아보니 그랬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꼰대는 아니고 젊다고 꼰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젊음을 핑계로 뺀 잘 뺀 질 제 몫을 하지 않고 사고방식이나 언행이 삐딱선을 탄 <젊은 꼰대>도 있었다 그래도 젊다는 것은 가능성이 많은 나이니 만큼 꼰대영역에서 근접해 있더라도 언제든 훌훌 벗어던질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적은 노력이라도 한다면 아무런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럼에도 꼰대는 나이와 무관하고 타고나거나 만들어진 성격이며 살아온 삶의 특성이 빚어낸 결정체이기도 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틈이 있어야 하고 누구나 그 틈에 배려와 인내 자유를 장착하고 생을 유영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친하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구라는 이유로 너무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하고 빈 틈도 없이 다가오는 것은 곤란하다 뭐든 자기 것을 다 내놓는다고 상대에게도 그걸 강요하고 다 알려고 하다가는 꼰대의 영역에 편입되기 십상이다
꼰대는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인격의 결정체이다 부정성이 강한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상대와 대화하고 수용하며 배려하고 공감하여야 한다 꼰대의 프레임은 한번 쓰게 되면 벗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처음부터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그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노력도 해야 한다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상대에 대해 알고 싶고 간섭하고 싶다면 그 갈망으로 자기 자신을 더 자주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자기반성을 이끌어내기를 권한다 꼰대보다는 그래도 오래 산만큼 더 깊이 사유하며 상대의 상처와 처지와 고통에 공감하고 부족함에 배려하며 자존심을 지켜주고 사랑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소통하는 사람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생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향기로운 인생 멘토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영영 꼰대가 안되면 좋겠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가 최종적으로는 꼰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아주 천천히 꼰대가 되는 순간을 늦게 잡아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