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꿈을 꾼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직전의 꿈들이 기억난다 한 때는 머리맡에 수첩을 놓고 그 꿈들을 기록하기도 했고 그 기억들을 토대로 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정말 난해하고 밑도 끝도 없는 이해불가의 연결고리가 없는 내용들이 더 많았다.
꿈은 자기의 수준에 맞는 정도로만 꾼다고들 한다 부처의 꿈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난 참 많은 꿈을 자주 꾼다 크게 기억나는 꿈 몇개를 아주 간단하게 예로 들면 커다란 건물이 붕괴되어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이 죽고 물건들이 튀어달아났다. 나는 멀찌기서 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예지몽이었을까
또 다른 꿈은 자신이 쓰던 책 중에서 필요한 책을 다 가져가라며 소중한 책들을 넘겨주신 어느 노교수가 꿈에 나타나서는 '나 이제 간다'라는 말을 하고 사라지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는 그의 부고를 들었다.
또 한 번은 조향 시인에 관한 석사학위 논문을 쓰려고 몇달을 끙끙대던 중 꿈에 조향시인이 나타나서는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과 연결지어 써 보라던 적도 있었다. 간절해서 만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프로이트로 논문을 썼다 그리고 특정 인물이 보이면 그 날은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이 싫어서 꿈없이 푹 자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그래서 꿈에 대한 기록을 멈췄다.꽤 오래동안 너무 많은 꿈을 꿔서 두통을 달고 산 적도 많았다. 두통 약도 듣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꽤 힘든 날들이었다. 그 꿈이 대단한 발명이나 즐거운 일이면 그 좋은 기분은 종일 머릿속을 맴돌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기록하지 않으면 일어나자마자 바로 사라진다
그동안 너무 많은 꿈을 꾸고 살아서인지 요즘 꿈은 참 간결하다 두통도 전혀 없다 신기하다 간결한 삶을 살아서인 예전의 복잡하고 밑도 끝도 없던 꿈들은 이제 더 이상 꾸지도 않고 생각도 나지 않는다 요즈음 꾸는 꿈들은 짧고 간결하다 정말 원하는 일들만 꿈 꾸는 것 같다 내 마음이 꿈을 조절하나보다
사는 일과 꿈은 평행을 이룬다 복잡한 삶을 사는 동안은 정말 이해불가인 많은 꿈을 꾸었고, 간결한 삶을 사는 요즈음은 지나치게 꿈도 간결하다 지 후자의 꿈은 더 오래 기억나고 더 단단하게 다가와서는 희망을 굳세게 다진다. 그래도 나는 나의 꿈을 사랑한다 내가 꿈꾸는 행위에 감사하다 설사 밤잠을 설치고 두통이 있더라도 그것조차도 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