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체질
오래전에 큰 사고가 나서 콩팥을 하나 떼 내는 큰 수술을 받으면서 수혈을 한 뒤부터 내게는 알레르기가 생겼다 혈액 속의 단백질 DNA가 충돌을 일으킨 때문일까? 병원에서 검사를 하니 돼지고기 토마토 땅콩 고등어 집 진드기 등등 제법 원인이 여럿이고 그래서 늘 음식에 조심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는 돼지고기에 반응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가급적 밖에서 식사를 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식당에서는 직접적으로 돼지고기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육수를 낼 때 돼지뼈를 함께 넣어 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뼈로 우린 곰 사골이라고 말해도 사실은 돼지뼈가 들어간 경우가 많고 냉면 육수 김치찌개에도 돼지뼈나 고기를 삼거나 우린 물을 육수로 사용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 밀면이나 냉면을 그렇게 좋아했지만 끊었다 특히 중국집의 경우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은 없다
사실 돼지뼈가 들어간 사골은 소뼈만 우린 것보다 지나치게 입에 붙을 정도로 감칠맛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데 세세하게 기록하지 않고 속이기도 하고 영업 비밀이라고 말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알레르기 반응은 우선 목구멍이 좁아지는 느낌이 오고 목소리가 변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신체의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붓는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 온다 두통도 심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늘 알레르기 약을 지갑에 넣고 다닌다 나의 경우에는 목구멍도 좁아지지만 눈도 팅팅 붓는다 그래서 가끔 선글라스를 끼기도 하지만 응급으로 준비한 약을 먹어도 하루 이틀 지나도 부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꼭 이 알레르기가 중요한 모임이나 귀한 사람과의 만남을 앞두고 생긴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별달리 새롭게 먹은 것도 없는데 어제오늘 목이 잠기고 눈이 붓는다 약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 특별히 먹은 음식이 없어 도무지 알 길 없다
이렇게 되면 어제부터 먹은 음식을 낱낱이 추적하고 제품 설명서를 상세하게 읽어내리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왜냐하면 알레르기를 잡는 약을 먹으면 식욕이 생겨서 기껏 잡아놓은 체중을 다시 올리기 때문이다 체중이 올라가면 관절 이상이나 당뇨가 생길 수도 있어 건강에도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건강식품도 우피 식품을 취하고 돈피 제품은 일체 피하기 때문에 최근 먹은 식품을 점검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결국 저녁으로 먹은 새로 영접한 플레이크 종류가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동일한 장소에서 만들어져서 혼입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를 찾고 거기에 가능성의 원인을 두었다
결국 나이가 들어서 면역력이 약해진 때문인지 전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취급하는 곳에서 함께 생산된 물질에는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원인이라면 좀 더 조심을 하고 살아가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음식을 가리면 까탈스럽다거나 종교가 이슬람이냐라고 우스갯소리로 쉽게 넘기기도 한다 알레르기가 있기 전에는 다 좋아하는 음식이다 특별히 먹는 것을 좋아하기는 않지만 알레르기가 생긴 이후로는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도 어릴 적에 많이 먹었던 좋아하던 음식이고 땅콩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알레르기로 응급실에 실려가 본 후로는 좋아해도 참는다 맛을 알기에 참기가 더 힘들다
오래 모임에서 알레르기의 위험성을 모르는 알레르기를 걸린 적이 없는 사람과 동행하여 식당을 고르다가 힘들고 귀찮다고 쉽게 말하는 것을 경험했다 무슨 죄처럼 느낀 적도 있었다 자신이 느끼지 않는다고 함부로 쉽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망설이기도 했다
상대를 잘 안다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은 행위들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고 어떤 상황들을 기억해 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걸려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별것 아니라 생각하는 알레르기.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하지 않고 사소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친한 경우에는 내가 이런 알레르기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사전에 양해는 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번 만날 때에는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면 만나는 횟수를 줄이거나 없애버린다
아무리 가깝다 여긴 사람이라도 순식간에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지 상처받았는지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는 식의 모르쇠들로 일관하는 경우 그냥 정이 떨어지는 소리가 가슴속에 쌓이기 마련이다
어떤 만남에 가면 속속들이 사정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밝히면 영락없이 돌아오는 소리가 까탈스럽다느니 이런저런 농담이 오고 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를 가진 나를 '유별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하'거나 미리 그렇다고 단정하고 알레르기를 취향 정도로 가볍게 취급한다
상대의 고통에 함께 하거나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방관과 야유는 곤란하다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글쟁이의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한 되먹지 못한 글쟁이들을 꽤 여럿 봐 버렸다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들 알레르기로 목이 잠기고 눈이 퉁퉁 부은 나를 보는 오늘은 왜 이렇게 나를 섭섭하게 했던 지난날의 당신들이 지금도 여전히 섭섭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