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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튜더

by 김지숙 작가의 집

오래전 한때는 타샤의 정원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그리고 타샤에 관한 책들을 모두 구입해서 몽땅 읽었고 수많은 책들을 기증하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면서 그의 책들은 현재에도 소중하게 보관 중이며 내가 아끼는 책들 중 한 부류가 되어 나의 책장에 꽂혀 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다시 읽고 또 읽고 읽는다

나도 타샤 할머니처럼 노후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 크고 지금도 그 점은 잘 인지하고 있다 난 지금껏 전원생활이라는 것을 해 본 적도 없고 어릴 적 마당 넓은 집에서 다 가꿔 놓은 아버지의 정원을 누리며 살아온 기억이 전부이다 또 벌레도 뱀도 지렁이도 정말 싫고 두렵다.

그리고 뜰을 가꾸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땅을 파 본 적도 없고 고랑을 내어 식물의 씨앗을 뿌려 본 적도 없는 태생부터가 도시인이다

시골살이를 하면서도 넓은 텃밭을 눈앞에 두고도 베란다 텃밭만 알뜰히 가꾸는 정도를 해 낼 뿐이다 나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점점 더 나의 능력을 잘 알게 된다 꽃을 가꾸는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먼저 귀촌한 사람들을 통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이 여전히 나의 이상과 거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언제든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타샤 할머니처럼 넓고 예쁜 정원을 가꾸면서 불쑥 내가 만든 정원에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그렇게 살 아 갈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함을 늘 지니고 살아간다. 솔직히 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언제나 그 꿈을 잘 간직하고 있고 언젠가는 꿈처럼 나의 넓은 정원에서 타샤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가꾸던 꽃을 가꾸면서 타샤 할머니처럼 잘 늙어 가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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