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를 만나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이곳 정동진은 초봄이면 야산 초입 곳곳에 원추리가 지천이다 어디를 가나 만나는 흔한 주황색꽃은 애기원추리이다 각시원추리 역시 황색이지만 꽃이 애기 원추리보다 더 다닥다닥 붙어있어 꽃의 갯수가 많다 간혹 운이 좋으면 큰원추리를 만나는데, 이는 맑은 노랑색이다 애기원추리는 꽃이 적게 피고 빨리 시든다 그밖에도 내가 본 원추리는 왕원추리라고해서 홑꽃도 있고 겹꽃도 있다

어느 원추리이건 상관 없지만 우리가 접하는 원추리는 대개 애기원추리의 새순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통통 그늘에서 부드럽게 잘 자란 살이 오른 원추리잎을 베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에 하룻밤을 담가 독소를 제거한 후에 참기름 깨소금 젓갈로 간을 한 후 조물조물 무치면 나물이 완성된다

자주 먹을 것은 아니지만 봄맞이 음식으로 한번 정도는 맛 볼만하다 겨울 집 나간 입맛이 되돌아온다고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원추리 나물 막이 이렇구나 알 면 될 것 같다 자주 해 먹는 것은 절대로 권하지 않는다 그러면 한 여름이 되어도 나는 원추리꽃 구경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원추리 꽃을 한가지 길게 꺾어서 지천으로 피어 있는 연보라빛 박하꽃을 한 유리병에 꽃으면 향도 좋고 참 예쁘다 여름 내내 이 두 꽃을 한가지씩 꺾어 눈앞에 두고 본다 꽃이 지면 슬플 것 같다 하지만 또다른 꽃들이 여기저기서 예쁜 얼굴을 내민다 꽃과 새들이 지천인 곳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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