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면성

by 김지숙 작가의 집

늘 지나는 길목에 제초기를 돌린다 그곳은 방풍 산부추 땅두릅 참취 참나물 개망초 두메부추 그리고 복숭아 배나무 고욤 매화나무를 심었던 건너편 민박집 여주인의 땅이었다 하지만 이 텃밭은 공사장에 편입되면서 거의 일 년 간 방치되었다 덕분에 종종 나물을 바라보며 생태관찰을 하던 곳이다

제초기를 돌리는 동안 나는 식물들이 잘려나가는 풀냄새를 맡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들이 흘리는 피 냄새라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잠깐 만나고 헤어지는 사이였지만 그 텃밭을 일구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을 여주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제초기가 지나간 자리를 유심히 살펴보니 여전히 식물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 것 같다 그렇다고 옮겨 심을 만한 자리가 내게는 없다 결국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솔직히 앞서 빙초산을 뿌려 사라진 텃밭처럼 식물체 자체가 녹아버린 것보다는 그나마 낫다. 공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좀 더 긴 시간이 있으므로 다시 새순이 나고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포클레인과 타워크레인 H빔이 머리 위를 오가고 덜 단장된 위험천만한 철근과 콘크리트가 난무하는 삭막한 공사현장에서 눈호강을 하는 식물들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편리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제초기의 운명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 양면성을 지닌 존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어떤 양면성을 슬기롭게 바라보고 이를 바라보는 두 마음을 잘 병행할 수 있다면 정말 생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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