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말랭이 만들기
두 박스나 되는 대봉감이 전혀 익지 않아서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감꼭지에 술을 뿌려 일주일이 지나도 별 반응이 없고 사과와 함께 밀봉을 해도 생각처럼 빨리 홍시가 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곶감을 만들기로 했다 대봉감을 깎으면 생각보다 느낌이 좋다 마치 애플망고의 속살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감을 8등분했다 식초가 탄닌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서 응용해 보기로 했다 깎은 감을 식초물에 풍덩 담갔다가 건조기에 말렸다
사실 안되면 대충 겉만 말린 후에 햇볕에 말릴 참이었다 식초로 소독했으니 곰팡이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속계산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어젯밤에 건조기에 넣어둔 대봉 감말랭이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하나를 집어 입으로 넣었는데, 떫은맛이나 신맛이 하나도 없이 달콤하기만 하다
정말 신기하다 처음에는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다가 한번 시도 하고 나니 이렇게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모르면 고민하게 되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은 설렌다 마치 발명품을 발명하는 심정도 이렇지 않을까 나는 식감을 위해 남은 감들도 조금 두툼하게 잘라 말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