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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에세이集『지난날이 내게 말했다』



고구마



사거리 길모퉁이에서

고구마 장수 총각이

연신 발을 동동 구르며

고구마로 허기를 채운다


손끝까지 아려오는 추위에

휑하니 지나가려면

군고구마 냄새에 귀가 아프다

'나를 외면하지 마'

뿌리치고 달아나는 귓전에 앉아

코를 붙들고 한사코 따라붙는다


이기지 못한 발걸음이

하나둘 멈추자

군고구마는 동이 나고

군고구마 장수 청년은

얼어가는 손끝을 주무르며

다시 손님을 기다린다




한겨울 군고구마 장수가 보이면 그래도 한순간 온기를 느낀다 그런데 요즘은 군고구마 장수 보기가 쉽지 않다 용케 자리 잡은 곳은 중소형 마트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골목골목 고구마 장수가 제법 여럿 있었다면 요즘은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인지 군고구마 맛을 내기 위해 고구마를 굽는 여러 기구들을 사서 구워 먹는다 고구마를 별로 즐기진 않지만 군고구마 맛은 어지간한 빵맛과는 비교불가이다 그래서 겨울이면 군고구마를 즐겨 먹는다 요즘은 광파나 에어프라이에서 구워 먹는데, 그 맛이 군고구마 장수가 파는 것과 별 다르지 않아서 좋다

조엄이 고구마를 처음 들여온 당시에는 고구마는 감저라고 불렸다 하지만 이런저런 연유로 감자에게 이름을 뺏기고 고구위마로 불리었다 그래서인지 감자를 먹을 때 보다 고구마를 먹을 때 속이 꽉 막히고 답답한 경험을 한다 이름을 억울하게 빼앗겨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고구마는 부산의 영도가 시배지이며 조마이 고구마로 타박고구마라고도 하고 밤고구마라고도 한다 한 손아귀에 꼭 들어가는 크기의 조그마한 고구마를 일컫는 조마이 고구마는 달고 타박타박한 맛에 맨입으로 먹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침을 조금씩 내어 녹여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요즘은 밤 대신 송편이나 떡고물로 넣어 고구마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떡에 밤을 넣었나 싶을 정도로 빛깔이나 맛도 밤 같다

베타카로틴 카로티노이드 등을 함유하여 항암효과가 있고 혈관 변비예방 노화방지 피로해소 등 건강에 관한 염려들을 한벌에 없애는 데는 고구마를 먹는 것이 만병통치인 것처럼 좋은 효능을 지닌 고구마가 한 때는 구황식물로 들여왔지만 요즘은 쌀보다 더 비싸고 보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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