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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초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에세이集『지난 날이 내게 말했다』


손가락 초抄抄抄抄




손가락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게 손가락이다 반지를 낄 깨 자신의 손등이 얼마나 험한지에 신경을 쓰고 또 나름 손가락이 굵은지 가는지에 대해 일을 많이 했는지 아닌지를 가늠하곤 한다 여러 손가락이 있어도 우리는 한하나의 손가락에 이름이 다 붙어 있다는 것도 용도가 다르다는 것도 너무 잘안다 그건 손가락 하나하나게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를 지닌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은 그 존재만으로 자리차지를 한다 '엄지척' 한번 치켜 세우기만 해도 멋져 보인다 그리고상대에게 가장 짧은 순간 최대한 많은용기를 주기에는 최고의 표현이 된다 집게손가락은 무엇을 하든 저 먼저 나서다가 자주 다치고 칼에 베곤 한다 가장 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그러다보니 다치기 일쑤이다 가운데 손가락은 너무 키가 커서 나머지 손가락들이 서로 어울리도록 애를 쓴다 그래서 늘 든든하지만 자칫하면 너무 튀어 욕을 먹을 수 있다 약손가락은 사랑을 공유하고 사랑으로 달인 약을 저어 따뜻함을 내어준다 그래서 대부분의 반지를 이곳에 끼고 서로에 대한 따듯함을 확인하기도 한다 새끼손가락은 약속의 손가락이다 기회를 잡는 변화의 갈고리이다 작아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크게 쓰일 일은 없지만 그래도 없으면 허전한 막둥이 느낌이다

손가락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각각의 손가락에 걸맞는 주변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무 말이 없어도 자리를 지켜 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사에 솔선수범하다가 늘 다치기만 하고 옳게 대접도 못받고 평생을 그렇게 살다가는 사람이 있다 멀대같이 키가 커서 싱겁다는 소리를 하지만 때로는 푸근한 마음씀씀이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친구도 있고 아픔 마을을 잘 달래주고 위로해주는 보약같은 사람도 있다 무슨 말을 하면 약속을 곧잘 지켜야 한다며 손가락을 걸기 좋아하는 애교 많은 어린애 같은 사람도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 손가락의 역할만큼이나 다양한 존재들이 늘려있다 사람이 없는 동네에 오면 한때 벅쩍대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각나고 그 사람들을 깊이 되새기게 된다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네 혹은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네 라면서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면모들을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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