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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하여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에 대하여



시 쓰기란 끊임없는 꿈꾸기의 신비로움을 언어로 구사한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나는 시 창조의 모태는 바로 꿈꾸기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나의 꿈을, 나 개인적인 세계를 나만의 언어사용법으로 풀어놓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상의 유희로 허락한 것은 아닐까

<꿈의 세계>에서 하브록 엘리스는 우리가 눈을 뜨고 있을 때 비치는 광선이 꿈에서는 비치지 않고 어슴푸레한 그늘로 들어가게 되는가 하면 여기저기로 끌려다니기도 하고 신비에 가득 찬 깊숙한 어둠 속에서 풍겨 나는 이상하고 신비에 소리나 향기에 둘러싸이기도 하는데 이는 의식적으로 어쩔 수 없는 환영 속을 움직이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주 꿈을 꾸었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꿈을 꾸면 살아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힘들 때는 그것을 이겨낸 꿈을 꾸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을 더 오래 붙들기 위한 꿈을 꾸었다 삶에서 죽음 죽음에서 다시 삶을 오가던 길목에서도 나는 꿈을 놓지 않았다 악몽과 선몽 사이를 오가며 시달리는 것이 두려운 적도 있었다

그러한 꿈들이 모두 나의 시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한순간도 시도 꿈도 놓고 산 적은 없었다 시를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내 시는 나의 체험에서 온 진실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쓴 시를 읽으면 추억의 서랍장을 열 듯 잊었던 과거일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 기억들을 통해 그때의 따뜻함이 되살아나서 삶에서 받은 앙금과 서러움을 잊기도 하면서 상한 마음을 치유받곤 했다

난 복이 많다 부모님 내 사랑하는 가족 친지 제자 동료 추억으로부터 언제나 베푼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왔다 그것은 언제나 나에겐 과분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나도 그들을 사랑하고 있고 지금껏 그들의 사랑으로 기쁘게 살아왔음을 말해두고 싶었다

물론 나를 힘들게 하는 수많은 여건이나 사회 속의 삶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던 무수한 일들도 여늬 사람 못지 않게 돌풍처럼 맞곤 했다 하지만 지나고보면 잊히는 건 나를 더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다만 언제나 대못처럼 박힌 몇몇 일들을 극복하지 못해 아파하곤 했던 것도 사실이고 지나고 보면 아니 마음의 힘을 빼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에는 그렇게 나를 송두리째 내어줄 정도로 마음을 빼앗아갈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진실이지만 그건 내 마음에서 뒤늦게 깨닫고 느낀 소중한 감정이다 그동안은 정말 순간순간 진심과 정성을 다해 상대를 헤아리고자 노력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인생 여정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쏟아 부은 그 소중한 마음들은 발아되지 못한 채 무수히 버려진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순탄치 못했던 내 삶의 여정 가운데서 충실한 친구이자 따뜻한 위로자였다

그런 오롯이 내마음을 고백하던 나의 오직 하나뿐인 나의 시에게 그동안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 입히지 못했다 그래서 근래에는 시에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연달아 몇권의 시를 냈다 누구의 마음에 가 닿을지 그리고 나의 마음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해서 시집 몇권을 혜월당 이름으로 부크크에서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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