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어서와 봄날』
경상도식 사랑
경상도에서 ‘엄마’는 ‘음마’다
‘그저’는 ‘그즈‘ ‘거름’은 ‘그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말 속에
열중 일곱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한결같이 ‘애정’을 ‘애증’이라 한다
지나온 세월 속에서 ‘사랑’은
턱을 꾹 누른 채 아랫니를
꽉 물어야만 했을까
경상도에서는 ‘애증’이라 말해도
‘애정’인지 ‘애증’인지 묻지 않는다
소리에 연연하지 않고 멀뚱멀뚱 곰곰이
‘애정’일까 ‘애증’일까
말하는 이의 마음을 헤아릴 뿐
서울에서 살다가 경상도 남자에게 시집 온 오랜 친구는 처음에는 경상도 사투리가 일본말 같아서 하나도 못알아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와 '으'의 구분이 없는데 어떻게 사람들은 그 말들을 다 잘 알아듣는지 신기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경상도 사람들은 '어'와 '으'를 그다지 신경써서 구분하지 않는다 애정인지 애증인지.
그래서 나는 그 친구에게 '2의 2승' '2의 e승' 'e의 2승' 'e의 e승'의 4가지를 구분하여 발음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그게 어떻게 구분하여 발음이 되냐고 되물었다
경상도 사람은 그거 다 구분한다고 말했더니 그게 가능하냐고 말한다 경상도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성조가 남아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가가 가가' (그 아이가 그 아이니) 이렇게 말해도 알아듣는 사람은 경상도 사람이다 '살'이나 '쌀'이나 경상도에서는 다 같은 소리로 말해도 '쌀'인지 '살'인지 문맥상에서 척척 알아듣는다 '가지 가지한다' 에서 종류를 말하는 '가지'는 첫음절이 높고 나뭇가지에서 '가지'는 둘 다 높게 발음하고 먹는 채소의 '가지'는 두번째 음절이 높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나이들면서 경상도 사람들은 엄마를 '음마'가 아닌 '엄마'라고 부르고 나이든 사람들은 대부분 그랬다
매스컴이 발달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알게 모르게 표준어를 쓰고 사투리를 잘 쓰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사투리가 좋다 재미있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들의 발음에서 차이를 찾으면 그 점이 신난다 그래서 이따금 시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