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어서와 봄날』
소막마을
일제 때 동항 검역소 만들어
한우 일본으로 빼돌리느라
서부렁 서부렁 소 막사를 지은 곳
피란민이 들어와 살면서
막사와 막사 사이 판잣집이
서푼 서푼 들어서고
한 사람 겨우 지나는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힌
오래된 처마와 창살 바닥에
볼록한 하수구 뚜껑
피란의 아픈 기억 두껍게 덮고
차란히 늙어가는 소막 마을
소막 마을은 '牛岩洞' 소바우 마을이라고 부른다 북항 제7부두가 있는 천연포구이다. 일제 때 왜인들이 한국 소와 소가죽을 수탈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70%의 소들을 갈취해서 도축하거나 산 채로 후 이곳을 통해 일본에 보내졌다.
해방이 되면서 해외 귀환동포들이 배에서 내려갈 곳이 없자 하나둘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전쟁이 끝나자 피란민들은 한 칸이 폭 2.5미터 길이 4미터의 빈 소 막사에 임시로 거주하면서 소막 마을이 탄생했다
밀려드는 피란민들로 거처로 사용할 더 이상 소막사가 부족하자 소막사와 소막사 사이에 다시 임시 거처들을 만들어 간신히 비바람은 피하면서 지금의 좁은 골목길이 탄생했다 지금은 소막사의 옛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어른 둘 비켜 겨우 지나는 좁은 골목길과 이따금씩 보이는 일제 때 지은 듯한 오래된 건물만이 간신히 흔적으로 남아 있다
제법 새 단장한 티를 내는 벽화들이 어두운 길을 밝힌다 좁다랗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면 피란을 넘어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험난했던 아픈 세월이 눈앞에 있다
지금은 부산의 소소한 관광지로 떠오르지만 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부산의 속살을 알고 싶다면 이곳을 꼭 추천하고 싶다 아직은 옛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이라는 뼈아픈 경고의 DNA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소막 마을 주소 : 부산시 남구 우암동 189-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