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봄날』
도요마을
낙동강 끝자락을 안고 선 그곳에 갔다.
해 질 녘은 아직도 멀었는데, 저 먼저 어둠이 찾아드는 곳.
도요새처럼 무리 지어 사는 순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는 일이 어떠냐고 묻지 않았다.
사는 맛이 어떠냐고도 묻지 않았다
소태 같은 삶, 들킬까 두려웠다.
생 땅콩 한 줌 쥐어주는 실핏줄이 굵은 손, 촌부의 눈빛은 따뜻했다.
낙동강 건너온 바람이 말한다.
춥지 마라 섭섭지 마라 살아 있으면 다 흘러간다.
낮은 가지에 앉아 한 세월 보내면 저절로 비워지는 것이 삶이다
낯선 사람이 반갑고 사람의 목소리 기다리는 그곳.
한겨울, 도요에는 가장 작은 몸으로
가장 높이 나는 꿈을 꾸며 옹기종기 그들이 모여 산다
내게는 오래된 버릇이 있다. 마음이 아프거나 상처를 받으면 혼자 차를 몰고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볍게 떠난다. 겁이 많아서 혼자 멀리는 못 간다 기껏 가 봐야 한두 시간 차를 몰고 가거나 부산 양산 울산 밀양 등 낯선 마을을 연계로 해서 차를 타고 목적지 없이 그냥 떠난다
버스를 탈 경우에는 주로 종점까지 무작정 간다 종점에 도착하기 전 기사분에게 다음 출발하는 차가 몇 시 몇 시에 오는지는 반드시 물어둔다 그리고는 때에 따라서 막차를 타거나 혹은 적당한 때를 맞춰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온다
도착한 마을에 누가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마당에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지 쓱 바라보며 지나간다. 간혹 오늘 처음 입을 연다며 '어떻게 이 마을에 왔냐'며 반갑게 맞는 아주머니를 만나기도 하고 눈이 어두운 어르신은 간혹 아랫집 은순이냐는 착각의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친절은 심심찮게 하고 마을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위의 시도 그렇게 만난 아주머니와의 이야기를 토대로 썼다 부산의 외각 지대인 낙동강 주변에는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홀로 지낸다 아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요양원으로 들어가고 혼자 살면서 하루에 한 번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다고 들었다 사람 소리가 듣고 싶어서 늘 라디오를 크게 켜고는 밭일도 하고 마늘도 고른다고 하시는 아주머니도 도시에 살다가 20년도 더 전에 고향이라고 들어왔는데 이제는 다들 떠나고 외톨이라고 했다.
대신 젊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한다고 말했다.
낙동강을 끼고 도요새가 오고 가는 조용한 마을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면서 참 따뜻한 곳이다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마을이다>라고 내게 말한다 도요마을은 참 다정하고 따뜻한 곳이다.
도요마을 주소 : 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