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꽃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어서와 봄날』





구름꽃





하늘의 태를 빌어

세상 구경 나왔나

누가 그리워

이국의 처녀처럼

몽실몽실

치자꽃 너울 쓰고

여름 마실 나왔나





수국이 많이 핀 장마철에 태종대에 있는 태종사엘 갔다 때마침 외국인들이 여러명 수국 관람을 왔었다 머리에 화관을 쓰고 흰 드레스를 입고 노랑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채 하얀 양산을 쓰고 있었다 희고 분홍 수국꽃 사이를 지나 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비 갠 뒤의 언덕배기 수국들은 무척이나 몽환적이었는데 이국 처녀의 뒷모습이 그런 분위기를 더 했다 한동안 수국을 보고 온 뒤에도 그 모습들은 잊히지 않았다

수국은 작은 꽃잎들이 날아다닐 듯 커다란 하나의 큰 꽃송이 안에 모여 있다 땅의 성분에 따라서 꽃의 색깔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수국은 구름꽃처럼 의기양양하게 핀다 분홍 수국은 천진난만한 소녀 같고 하얀 수국은 순결한 처녀 같다 수국 꽃잎 사이의 푸른 잎사귀에는 희망 가득한 날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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