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전생선탕
어릴 적 우리 집은 대가족이라 항상 대소사가 있었다. 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고조할머니 제사에 명절 정월 보름 등 절기를 찾아먹는 식습관까지 합치면 엄마의 부엌은 늘 부산했고 엄마는 그것을 즐겼다 요리를 잘했고 또 사람들이 엄마의 요리를 칭찬하니 자연 신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연례행사가 지나고 나면 엄마는 되도록 인물 나는 음식들은 찾아온 손님들 손에 다 들려 보냈다. 양손에 가득 음식을 들고 손님들이 돌아가도 우리 집에는 늘 음식이 남았다.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게 낫다는 게 엄마의 음식에 관한 지론이었다. 상에 올렸던 음식과 생선 꼬리 부분이나 대가리 쪽이 남아 있곤 했다. 개를 키우고 있어서 이런 부분은 손쉽게 해결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손이 커서 음식을 많이 해서 남아돌았다. 제사가 지나가고 나면 근 일주일은 제사 음식을 소비하는데 집중되었다. 난 그게 싫었다. 그런데 엄마의 솜씨가 좋아 우리는 고구마전 생선탕을 즐겨먹었다
고구마전 생선탕은 고구마전을 넓고 높이가 낮은 냄비에 깔고 그 위에 구운 생선을 얹은 다음 멸치 우린 물을 붓고 펄펄 끓이다가 고춧가루 1스푼 마늘 적당량을 넣고 젓갈 1스푼으로 간을 하면 된다 꽤 오래 끓여서 고구마전의 튀긴 밀가루가 퍼지면서 생선탕의 국물이 뻑뻑해지면 다 끓여졌다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새로운 요리로 변신한 고구마전 생선탕은 언제나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그때 그 엄마의 마법 같은 고구마전 생선탕 맛은 이제는 절대로 어디에서도 다시 맛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