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오늘 시』
버들마을
풀숲 헤치고 들어선 들판에
詩는 가랑이에 따라붙고
마을 사람들 얼굴에 분홍 햇살이 분칠 된
여기쯤에서 살면 좋겠다
아침바다에
노래미 도다리 숭어 애기삿갓조개 털게도 만나고
쉬엄쉬엄 애쑥 국 끓이며
나이도 잊고 詩도 잊고 친구도 잊고
바다새 노랫소리에 아침잠 깬 해초인 듯
하르작 하르작
여유롭게 서로의 숨결 토닥이며
남은 세월 이렇게 살다가도 좋겠다
거제도에 자주 낚시를 갔다 최근 3-4년 간은 거의 주말마다 갔다 이럴 바에야 이곳에 터를 잡을까 라는 생각도 자주 했었다. 그런데 일본의 방사능이 터지고 조만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한다는 그들의 얼빠진 짓거리에 마음을 접었다.
거제도 낚시터 일대를 돌면서 크게 느낀 것은 마을 이름이 정말 예쁘다는 점이다. 일제 강점시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았던 덕분인지 마을 이름들이 그대로 살아있다 물론 버들마을은 마을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이다 팻말은 상류 마을 하류 마을로 되어 있다.
버들마을은 먼 거리에 거가대교를 두고 있다. 자갈해변에는 조리복이 알을 낳기 위해 몰려들고 깨어난 조리복들이 물 반 자갈반이라고 할 만큼 많은 곳이다 하지만 복을 장만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별 성에 차지 않는 곳일 수 있다. 내게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솔직히 애당초 나는 낚시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새로운 낚시터 새로운 마을을 탐색하는 것을 즐길 뿐이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농사짓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수도 없이 동네를 돌아다닌다
집집마다 무엇을 키우는지 어떻게 사는지 활짝 열린 대문으로 혹은 담너머로 혹은 운이 좋으면 집주인의 초대로 집안으로 들어가서는 차를 대접받기도 한다 인심이 후한 마을일수록 사람 냄새가 나는 마을일수록 마을이 조용하다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버들마을은 참 조용한 곳이다 작은 교회가 있고, 당산목이 있고, 당산목 아래는 나무로 만든 의자 그네가 있다. 바닷가 마을은 대체로 농사를 짓을 만 한 땅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작은 텃밭 정도 혹은 산언저리나 산속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거나 한다. 그래서인지 몇 바퀴를 돌아도 한 두 사람 만나는 정도이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바닷가에 위치한 펜션에는 배를 타고 낚시를 가는 남자들이 꽤 북적인다 펜션 주인이 제법 큰 모터 달린 배를 가지고 낚시 잘 되는 곳으로 안내하는 그런 특징을 지닌 영업을 하고 있다.
그네에도 앉아보고 자갈마당에 고양이도 먹지 않는 죽은 복어를 던져 놓은 모습들을 보면서 왜 먹지 않을 거면 잡지 말고 잡았으면 다시 살려 보내지 않는지 그 심리들이 궁금했다. 외지에서 온 낚시꾼들이 그런다고 동네 할아버지가 혀를 껄껄 차며 지나가다 혼잣말을 한다
바닷가에는 빈터들이 꽤 있다. 아마도 산을 허물고 택지로 팔 요량으로 둔 곳 같다 쑥이며 개망초 등이 꽤 피어있었고 키도 제법 높아서 선뜻 들어서기는 망설여지는 곳이다.
다시 동네를 돌다가 보면 바다가 바로 코앞에 놓인 폐교가 있다. 마당에 심긴 나무들을 둘러보던 중 폐교를 관리하는 아주머니를 만났고 마침 무를 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나는 옆에 앉아서 풀 제거 작업을 거들지만 대개의 농부들은 밭 버린다고 손을 못 대게 한다. 이유는 풀도 제대로 못 뽑는다는 것이다 뿌리까지 말끔히 제거하는 반면에 나는 위에 보이는 부분만을 제거하니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농부의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으니
암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폐교 한 귀퉁이에 농사를 짓게 된 이유를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이해관계에 대해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주고 돌아서 나오는데 불러 세운다
무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가져가고 싶지만 맨손으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아서 못 가져가겠다고 하니 자식들이 멀리 살아서 자주 오지 않아 나눌 사람들이 없다며 굳이 자기 집에 가서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여러 장 가져와서는 몇 집이 김장을 하고도 남을 총각무를 끝도 없이 넣어준다 양손에 낑낑대며 들고 갔다
마침 차에 있던 물건들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오랜 경험이지만 시골 인심은 아직 그대로인 곳이 꽤 많다 그래서 대체로 무언가를 차에 항상 실어둔다 만에 하나라도 이런 일들이 생기면 그냥 받는 마음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캔음료 캔 식품 과자 두유 컵라면 등등 그중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과자를 가장 선호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점이 멀다 보니 선뜻 사 먹지 못하는 게 아닐까 과자 먹자고 몇십 리 길을 걸어갈 수는 없으니
그래서 낚시 가는 길에 언제나 과자나 간단한 먹거리가 차에 준비되어 있다. 이런저런 일들로 요긴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돌아갈 차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