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욤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고욤



모롱길 도니 개 짖는 소리 요란하다.

산사 돌담장 너머에서

양 어깨가 축 늘어진 너를 보았다.

낯섦은 어딜 가고 소꿉친구 만난 듯

이리저리 눈 맞추다가

너의 눈망울에서 나를 본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우두둑 떨어지는 너,

어릴 적 동무와 헤어진 애잔함 마냥

고향집 마당에 정으로 가득하다.

길 끝에서 만난 노을이

낙엽처럼 무성하다.

마른풀 섶을 헤치고 낯선 길을 들어서니

벚꽃무늬 창살에 비친 절집의 불빛은

사슴 눈망울처럼 여리다.

겨울 초입 햇살 다 보낸 바람에

어스름한 낮달이 서 있다.

짧은 헤어짐에서 오는

숨비소리처럼

입안에 머무는 너는 달고 차다.




기장 어디쯤인 것 같다 오래 묵어 주인의 손길이 사라진 배밭 과수원길에 접어들고도 한참을 더 마을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니 불현듯 나타난 절집 담장 너머로 고욤이 조랑조랑 많이도 달려 있었다

그때만 해도 고욤을 인터넷으로만 봤지 실물로는 처음 보는 지라 굉장히 신선하고 신기했다 한참을 사진을 찍고 지인이랑 둘이서 조잘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스님 한분이 나왔다


'겨우 고욤을 보고 그 난리법석이냐'

'이게 뭐 별거냐'

며 고용을 한 움큼 따서 양손에 덥석 올려주었다

'씨가 많아 못 먹어 그렇게 욕심낼 거 아니야'

하고는

'잘 놀다 가라'

법당도 들어와서 부처님께 인사한 번 하고 가라며 절 안으로 들어간다

같이 간 지인은 모태신앙 기독교인이고 나는 특별한 종교가 없는 지라 머뭇대다가 절안을 구경하는 것으로 절 구경을 끝냈다


우리는 양손에 받은 고용은 대충 닦아서 입에 넣어보고는 그래도 서리네 린 후라서 단맛은 있는데 씨 때문에 먹기가 불편하다면서 한두 알 먹고는 주머니에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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