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오늘 시』
초화문
하루에도 몇번씩 문을 드나든다
현관문 방문 화장실문 대문
쉽게 열리는 문
열쇠를가진 문은 문이 아니다
닫힌 문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문이 열리면 그 너머의 비밀
열린문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조금씩 다른 문
조금씩 같은 문
닫힌 문
열린 문
사람들은
같은 문을 드나들면서도 같은 마음을 지닌지 않는다
같은 문을 드나들면서도 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같은 문을 드나들면서도 같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늘 같은 문으로 사라진다 죽음의 문
서로 친절히 양보하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선을 그어놓고 그 선 밖을 아웃 사이더 그 선 안을 인사이더라고 한다면 문은 바로 그 경계를 넘나 드는 선이다 그 선은 무시로 드나들 수 있거나 드나들 수 없거나 신분을 밝히는 어떤 '증'이 필요하기도 한다
이 시를 쓸 즈음 나는 어느 곳에서 아웃사이드였다 하지만 아웃사이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반드시 결혼하라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요 만약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
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적용한다면 어떤 상황을 선택하고 용기를 내어 부딪친다면 최악의 경우, 철학자는 보장받는 셈이니까 나쁠 것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소크라테스는 이도 저도 아닌 경우도 있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또한 좋은 아내도 나쁜 아내도 세월이 흐르면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소크라테스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맞닥뜨린 그 때의 현실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내 삶에서 악처의 얼굴을 한 <어정쩡한 아내> 행동을 한, 그럼에도 내가 철학하지는 못할 만큼의 상황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