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리 별곡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마가렛.png 마가렛


가곡리 별곡


먼 길에서 돌아온 그날

하얀 깃털, 산천어, 보리똥, 작은 입술

이반의 용이 지나간 돌담장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산과 산 사이 외딴집 하나 수월히 품던 그날 내가 떠나왔다.

여기에서 더 들어가면 아름다운 숲과 아름다운 계곡

무지갯빛 노을과 마법의 풀피리,

천국의 문이 활짝 열리고 바람의 꽃술에,

곱게 낀 정(情)들로 한순간 단 꿈을 은근히 덮고 나는

나의 기다림을 그곳에 들여놓고 참으로 편안한 숨 쉬겠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그 무엇이나 사랑치 마라. 그 속에 내가 있지 않다’


먼 길로 내 몬 그날



이 시는 지금부터 족히 20년 전에 쓴 시이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가보고 싶은 길이 있고 가고 싶지만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하는 절박한 길이 있다 나는 그 절박한 그 길 앞에 망설이다가 선을 넘지 못하고 결국은 길을 바꾸었다

그즈음 나는 정말 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가곡리'는 결국 내가 가고 싶은 곳의 이름, 즉 이상향이다 되고 싶은 일은 이루어질 듯 이루어질 듯했지만 결국 금전적인 영향으로 세상은 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고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을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맘은 아파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떤 사람들은 이 시를 두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여자의 마음'이라고도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난 내가 간절히 원하던 일에 대한 대단한 절망을 표현한 것으로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고 홀로 절망하고 홀로 그 절망을 끝냈다

꿈을 꾼다는 것은 꿈에 근접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꿈꾼다고 해서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나의 꿈의 영역이 세상과 일치할 때 그 꿈은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가고 싶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절망적 단념이 담긴 시이다 그래서 이 시를 다시 읽을 적마다 슬픈 마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너무 순수했고 가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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