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지난 날이 내게 말했다』
빨리 와서 빨리 가는 것
빨리 와서 빨리 가는 것은 늘려 있다. 그중에서도 날씨는 더욱 그렇다 가을이 온 느낌이더니 벌써 겨울이다 여름도 빨리 무덥게 오더니 추위도 그렇다 요 며칠 동안은 새벽에 냉기를 느끼고 두꺼운 이불을 찾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을 켜고서야 잠이 들었는데 이제는 절기가 완전히 변했다 변심한 애인같다
사람 마음도 그런 것 같다 빨리 무섭게 친한 사람들은 그 속도로 사라져 누가 누구인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도 없는 경우가 있다 간혹 기억에 남거나 전화번호를 받는다고는 해도 역시 오래가지 않는다 우연의 만남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정말 있을까 어쩌면 모든 만남이 우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생활 반경 내에서 이루어지고 지속적으로 만나고 헤어진다
빨리 와서 빨리 가는 사람도 있다 마음 아프긴 하지만 몇몇 친구며 친지 지인 중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요절한 시인들도 있다 이들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아팠다 어릴 적 처음 윤동주의 시를 읽으면서 윤동주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를 죽인 자 그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그가 느꼈을 억울함을 생각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 힘이 없다는 것 그리고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했었다.
빨리 와서 빨리 가는 것에 마음을 두면 늘 눈 언저리부터 아파온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는 천천히 왔다가 천천히 가는 것을 바라고 더 좋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