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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꽃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에세이『지난 날이 내게 말했다』





달래꽃





이곳 정동진의 펜션에 온 뒤로 처음 맞는 봄이다 들어오는 길 초입에 달래 군락지가 있다 달래도 다 자라면 어른 허리쯤 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

꽃대가 굵고 꽃이 예뻐서 눈이 가지만 이 때는 이미 너무 커 버려서 먹을 수 있는 달래는 아니다. 초봄, 어린 달래를 캐다가 달래장을 만들어 잘 구운 김 따뜻한 밥을 한 스푼 올리고 그 위에 달래장을 얹어 먹으면 맛있다

초봄에 집 나간 입맛들을 불러오는 달래는 마트에서 살 때마다 축 늘어진 채 서너 번 접혀 스티로폼 접시에 힘없이 누운 모습만 생각난다. 그런데 오늘은 빳빳하게 살아있는 꽃까지 핀 달래를 보니 정말 달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그런데 펜션 앞 야산 초입에서 쑥을 캐느라 서성대니까 앞집 펜션 주인 남자가 손가락으로 저기 달래 군락지가 있다면서 친히 안내한다 달래를 발견하고는 수시로 그곳을 내 밭 인양 드나들며 달래를 캐 먹었다.

지금도 달래는 잘 자라고 있지만 풀이 너무 무성해서 선뜻 들어서기가 쉽지 않아 멀찍이 서서 눈으로만 바라본다

달래는 풀과 비슷해서 여간 눈썰미가 좋지 않고서는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 눈으로 알고 나면 그다음은 쉽다 미처 다 캐어 먹지 못한 달래가 멀리서 대궁을 올리고 꽃을 피우고 씨를 남긴다


오늘 지나는 길에 본 달래 꽃이 참 예쁘다 그런데 달래꽃과 부추꽃이 너무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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