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채송화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에세이『지난 날이 내게 말했다』





채송화





채송화의 순우리말 이름은 '따꽃'이다 '순진' '가련'을 꽃말로 가졌다. 땅채송화 돌채송화 바위채송화 말똥비름이 이들은 우리가 채송화라고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꽃들의 이름들로 모두 채송화의 종류들이다 예전에 집 마당에서 흔히 보던 채송화는 요즘 보기 힘들고 화원에 가면 쥬웰채송화 만첩 채송화(겹쥬웰 채송화)가 주를 이룬다

채송화에 마음이 꽂힌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꽃이라면 매화 연꽃 외에는 그다지 마음을 두지 않던 내가 채송화가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친한 친구와 양산의 오봉산 언저리에 있는 예쁜 찻집엘 가면서였다 마치 꽃집을 연상케 하는 듯 한 입구에 들어섰다 들어서고 보니 꽃집과 찻집을 같이 하는 집이었다 '식물+찻집' 내가 하고 싶은 영업방식이다 나라면 커피와 꽃차 등 우리 차도 겸하겠지만 이곳은 시류에 걸맞게 몇 종류의 커피와 디저트만 몇 가지 메뉴로 내놓았다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손님은 친구와 나 둘 뿐이었다

우리가 앉은 창가에 채송화 화분이 놓여 있었다 높은 곳에 위치한 찻집이라 그러지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채송화 꽃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ㅡ그때 비로소 울 엄마가 왜 채송화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릴 적 집 축담 옆 모래밭 사이로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피고 지던 채송화를 떠올렸다 울 엄마 꽃이었다

나도 빨리 화원에 가서 채송화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채송화를 샀다 마침 세 개만 남아 있었고 친구가 한 개 내가 두 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채송화는 꽤 오래 여러 날 동안을 다양한 색깔로 피었다가 지고 또 피고 했다 베란다에서 채송화를 키우면서 고향의 옛 집 축담 아래 피던 그 채송화를 그 찻집에서 볼 수 있었다 줄기 끝을 잘라 심으면 바로 뿌리가 생겨 번식력이 좋아 커다란 장독 뚜껑에 심었다. 잎이 두꺼운 쇠비름과 식물이라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데 한동안 집을 비우고 오랜만에 부산엘 가니 여름 습기에 다 녹아버리고 줄기만 흐믈흐믈 남았다

한 번 죽인 식물은 다시 키우지 않는데, 채송화만큼은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마당 한편에서 무심히 자라는 꽃이지만 아파트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 것인지 혹은 오래 집을 비운 것이 원인인지 알 수가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달래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