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그림





그림은

그리움에서 왔을까


바깥세상에서 와서

깊숙이 박힌 마음

자갈이 저들끼리 하는 소리

불빛이 저들끼리 손잡는 소리


그림은

먼 그리움에서

데려왔다



'그림'이라는 말에 마음이 닿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리다'라는 말의 변형이 '그림' '그리움'이라는 우리말의 특징 중 하나인 다의어의 매력에 빠져 시어로 차용하려는 시적 노력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 매력에 빠져들다 보니 그리움과 그림이 '그리다'라는 같은 원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의 어휘가 지닌 다양한 의미를 뜻하는 다의어를 열심히 찾으면서 우리말이 갖는 재미에 빠져 여러 상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림은 '그리워하다'라는 뜻을 지닌 '그리다'에 명사형 어미 'ㅁ'을 붙인 것이다 '그림'은 <계림유사>에 畵曰乞林(kɨ-rim)으로 적고 있으며 사람이나 물체의 모습을 그리어畵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그림이나 글文은 모두 ' 긁다(搔, 刮)라는 말에 어원을 두고 있고 '그리다'라는 바닥을 긁어 파는 동작과 관련이 있다' 그리다'라는 '그립다'로 발전하여 전성명사의 과정을 거쳐서 '그리'움이 되었다 누구를 '그리워한다'라는 말은 마음속을 긁어 파거나 혹은 마음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또 그림은 연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시는 '그림'과 '그리움'이라는 비슷한 발음에서 시적 착상을 하게 되었고 말의 갈래가 나눠지지만 결국은 '그리다'라는 같은 어원을 가진 어휘가 갖는 동음이의어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시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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