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



빈둥빈둥




빈둥빈둥

누가 처음 썼을까

온밤을 꼬박

이리저리 뒤척이다

문득 떠오르는 말

빈둥빈둥

내 몸이

살아 꿈틀거리는 말




늘 바쁘게 움직이며 어둠이 들면 잠에 빠져들기 바쁘게 살았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잘 먹고 잘 산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하루 종일 아무 할 일이 없어 정말 아련한 기억 속에 있던 빈둥거림을 불러들였다

하루쯤은 밤낮으로 빈둥거려도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나는 왜 그렇게 앞으로만 달려왔을까

그렇다고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은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하루를 온종일 마음 편히 지내 본 기억이 그때까지는 없었다.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성격은 못된다 무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증에 자주 시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빈둥거리며 살거나 바쁘게 살거나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내게 어울리지 않는 빈둥거림이 밤새도록 이어지면서 결국은 불면의 밤을 보내고 남은 빈둥거림에 후회되지는 않는다

살면서 한 번씩은 몸도 마음도 휴식이 필요하고 거만한 빈둥거림도 필요하다 나를 돌아보고 내 몸이 하는 말을 들어보고 그러면서 여유로운 생각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지 않던 길로 에둘러 걸어보기도 하고 오래전에 신장에 넣어둔 굽 높은 신을 신고 마을길을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시는 낮에 빈둥거리다 보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빈둥거리다가 그 말의 표현과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고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빈둥거리다 온밤을 보내던 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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