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단풍




구름처럼 떠다니는

너를

붙잡을 수 없어서

바라보는 내 마음이

홍열을 앓는다





가을 단풍철이 되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내원사이다 해마다 봄이면 통도사 가을이면 내원사를 찾지만 늘 다른 마음이고 다른 모습이다 내원사 계곡 물길이 마르면 그 해 단풍은 볼품이 없고, 물길이 풍족해야 단풍도 정말 고운 색을 지닌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놓인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은 아름답고, 출입구 가까이 있는 해우소 곁의 단풍도 초록과 붉은빛이 대비되어 꽃인 듯 피어 있었다 하고 많은 자리 중에서 해우소 가까이 있는 단풍에 마음이 갔고, 단풍이 꽃보다 더 고왔다

어떤 나무는 꽃이 어떤 나무는 잎이 어떤 나무는 열매가 어떤 나무는 단풍이 곱다 사람마다 고운 구석이 다르듯이 꼭도 제 귀한 구석이 다르다 사람의 일생도 봄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면 각기 제철이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중년시절 노년 시절이 있다면 사시사철 평생을 아름답기는 어려울 것 같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들어왔다 처음 중간이 나쁜데 어떻게 끝이 좋을 수 있을까 단풍을 보면서 그 말의 뜻을 알았다 사람도 멋지게 늙어간다면 저 단풍잎처럼 꽃 피는 봄보다 더 아름답지 않겠냐는 사람들의 말이 뒷등을 스쳐 지나갔다

단풍이 고운 때에는 몇 번이고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갔던 곳을 또 간다 어느 해인가 내원사 단풍이 그랬다 족히 그해는 7-8번을 갔던 기억이다 나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 예뻐서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저렇게 고운 단풍을 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제 몸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어 나무의 품격을 지켜내는 일일까 꽃피워 보지 못한 열정을 뒤늦게 쏟아내는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이렇게 살다 간다고 한 번은 봐 달라고 몸부림치는 걸까 단풍은 그저 자연에 순응하는 몸짓일 뿐인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나에게 단풍은 '그만 이제 그만'이라고 말을 한다

'그냥 왔으니 그냥 가는 거다'

'인생 별거 없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이렇게 뜨겁게 피어보고 가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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