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옥수수가 제철이다 특히 이곳은 강원도라 그런지 집 앞에 나가면 옥수수밭이 지천이다. 옥수수를 보면 오래전 일이 떠오른다
내가 옥수수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대학 1학년 여름 방학이었다 서울서 부산으로 여행 온 이종 사촌이랑 거제도에 사는 또 다른 이모집에 갔다 엄마는 자매가 여럿이라 이종 사촌이 이곳저곳에 많았다 서울에 사는 동갑내기 이종사촌은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꽤 가까이 지냈다.
이모집에 가기 전에도 옥수수를 여름이면 이따금씩 먹긴 했지만 음식에 까탈스러웠던 나는 옥수수를 거의 먹지 않았다. 처음 간 거제도 이모집은 커다랗고 웅장한 기와집이었다. 대청마루가 넓고 커서 마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대감마님집 같았다. 옆으로 돌아가면 커다란 옥수수밭이 있었다 이모는 손님 대접한다고 커다란 대소쿠리에 옥수수를 한가득 따 왔다 저 많은 옥수수를 누가 다 먹을까? 의아해하며 대청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 이모와 사촌언니는 옥수수를 삶아 쟁반에 한가득 내어 왔다. 고구마 감자도 같이. 갓 따서 가마솥에 삶은 옥수수는 정말 맛있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옥수수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마치 신선한 우유즙이 알갱이에서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입안에서 녹는 맛이었다 사흘 내내 다른 음식은 먹지도 않고 삶은 옥수수만 달고 지냈다. 이모는 이렇게 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나도 내가 그렇게 옥수수를 잘 먹는 줄 몰랐다.
집에 오는 길에도 이모가 챙겨준 삶은 옥수수 생옥수수를 가득 가지고 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먹으니 그 맛이 아니었다. 그 맛있는 옥수수는 그때 그곳에서만 가능한 맛이었다. 지금도 옥수수를 먹으면 간혹 그때의 그 맛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아주 가끔 내가 기억하는 그런 맛의 옥수수를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맛을 애써 찾아내어 기억하면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