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는 길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하늘 가는 길




구름 패랭이 곱게 핀 숲길 걸으면

뿌옇게 하늘 가는 길이 보인다.

안개 뚫고 내 별 찾아 하늘길 걸으면

띠풀꽃 깃털처럼 꽂혀 있다.


바람결 아카시아 초록 잎새 떨고

두줄 무늬 나비 조는 솔나무

동구 밖 선잠 깬 들개 소리

산너머로 터져오는 아침 햇살

푸른 솔가지 머리 감는 호수

벚꽃잎 넉넉히 피어 있는 언덕


햇빛은 하얀 구름 벗고

억새풀 센 마디 찾아 이슬 건다



참 오래된 시이다 첫 시집을 내면서 쓴 시다 보니 근 삼십 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 시를 쓸 때, 기억 속의 배경은 하나도 나이를 먹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바다낚시가 아니라 민물낚시를 즐겨 다녔다 애들이 어렸기 때문에 온 식구들이 함께 움직였다 밤새워 낚시를 하는 옆에서 텐트를 쳐서 자기도 하고 차에서 차기도 하고 남의 집에서 자기도 하면서 고기가 잘 잡힌다는 낚시 잡지의 정보에 나오는 저수지라는 저수지는 다 찾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잡은 고기는 커다란 수족관을 만들어 키우다가 다시 방생을 하곤 했다

이 시에 나오는 그때의 저수지는 경남 의령 인근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느 내륙지방이었는데 그곳에서 아침을 맞았다 신선한 공기와 반짝반짝 아침 햇살을 받은 저수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첫새벽 산으로 난 길을 걸었는데,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찌르고 벚나무 잎 사이로 터져 나오는 넉넉한 햇살은 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었다 마치 천상에서 맞이하는 첫날이 있다면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 느낌들이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담아내고 싶었다

이듬해 비슷한 시기에 갔더니 저수지를 모두 인근 산을 허물어 메워 땅을 만들어 저수지는 사라졌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사라지고 만 저수지를 바라보면서 세월이 무상하다는 것 자연이 허망하게 사라진 데 일종의 상실감을 느꼈다 10년도 아니고 1년 사이에 참 많이도 바뀐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슬퍼 다시는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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