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치
곰소항 등대 앞에 철없이 몰려와서는
긴꼬리 풀꽃으로 흔들리는 어린 갈치떼
바닷물이 동이 나면 바지락
고둥 비단 조개가 맨살의 모래섬을 만나는
대이작도 앞바다의 신기루 섬
비바람마다 않은
아린 시집살이 외길
썰물에 닻 내리고 밀물을 기다리며
각 나게 살길 애초부터 버린
청상에 층층 시집 사는 어린 신부
풀치는 어린 갈치를 지칭하지만 어린 갈치를 가공한 것도 풀치라고 한다 풀치는 구워 먹어도 조림을 해도 맛있다. 전통방식으로 말리거니 반건조 시킨 것이 있는데 반건조한 것은 쫀득하고 꾸들꾸들 한 부드러운 맛이지만 먹기 위한 노력 대비 생선살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풀치는 밤낚시로 잘 잡힌다 집어등을 켜면 어둠을 가르고 풀치가 올라오면서 등비늘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눈이 부시다 사람들은 풀치가 올라오는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 밤낚시를 하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갈치의 은비늘을 벗기고 뼈째로 썰어 먹는 갈치회는 더 맛있다. 잔인한가?
갈치의 은비늘을 먹으면 배탈이 나기 때문에 가급적 갈치의 은비늘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남해나 동해안의 어디를 가도 갈치 철이 되면 방파제는 낚시꾼들로 대만원을 이룬다 자리가 없어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서로 들어가서 낚싯대를 던지는 통에 낚싯줄이 엉기는 일은 다반사다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는 한때 자주 밤낚시를 갔고 낚시터에서 만난 풀치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풀치의 모습은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새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깔끔하게 몸단장한 어린 신부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지 모르겠다 한 번은 낚시터에서 만난 낯선 나라에서 와서 섬을 떠나 본 적 없이 새들새들 시들어 가는 희망을 잃어버린 어린 새댁의 모습을 보고 마음 아픈 적이 있다 아무런 기쁨이 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겹쳐 들었다. 그 새댁의 모습이 풀치의 모습과 겹쳐들면서 풀치는 어린 신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