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치와 자작나무
어느새 펜션살이가 꽤 되었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연식이 좀 된 펜션 4층에 산다 생전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큰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 여기온 첫느낌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끼며 먹는 음식처럼 하루하루를 달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좋은 전망과 매일 아침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오는 동해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 깨끗한 공기 텃밭 열 걸음만 나가면 나물이 지천인 이곳.
무엇보다도 사람 만나기 힘든 곳이라는 점이 여태 살아온 곳과는 너무 달라 신선했다
여기 온 첫날부터 줄곧 일기를 썼다 그런데
정동진 펜션 살이 첫날부터 써 오던 6개월 간의 한글파일 일기가 순식간에 다 날아갔다 미리미리 글을 블로그에 올렸어야 했는데, 한 번에 올리려고 미뤘던 것이 실수였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블로그에 바로 쓸까 한다
오늘은 생전 처음 들어 본 어치 소리와 아기 고양이 소리가 너무 비슷하여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한다
펜션 바로 앞마당은 하얀 천으로 덮인 정자가 세 개 있고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어도 좋은 환경과 하얀 앉은 그네를 갖추고 있지만 이 역시도 살짝 오래된 느낌이다 마당 입구는 텃밭이 조금 있고 더 들어가면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솔직히 부산에서 태어나고 살던 나는 겁도 많고 무서워서 텃밭 이상은 더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뱀이 무서워 긴 고무장화를 신고 모기채를 들고 망초와 쑥이 우거니 마당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데 입구에서 고양이 먹이를 든 옆집 사는 캣맘을 만났다
다짜고짜 대놓고 저더러 아기 고양이를 가져갔어요? 조금 격앙된 소리로 말한다
아니 이 시골에도 캣맘이 있었구나 깜짝 놀라며 아니 지금 숲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서 그냥 한번 가보려고요 그런데 새끼 고양이가 여기 있어요?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가 새끼를 네 마리 낳았는데 주말 보내고 오니 다 사라졌다고 한다 난 그때 마침 부산 갔다가 오늘 올라온 거라고 처음 듣는 소리라고 고양이 소리가 들려서 얼마나 이쁜지 한번 보러 온 거라고 하자 어데서 들렸냐고 한다
글쎄 한 군데가 아니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거 같더라 아픈지 소리가 조금 앙칼지더라고 하니 아직 아기라서 턱을 못 넘을 텐데 하더니 숲으로 들어가서 여기저기 다니며 야옹이를 찾아다녔다
덕분에 나도 겁나지 않게 숲을 돌아다니며 땅두릅 산초 산사과 미국자리공 등 나물거리를 뜯어 왔다 한참을 찾던 캣맘이 말하기를 아마도 이 동네에 야옹이 소리를 내는 새가 있긴 하다던데 그런 거 같다고 하며 사라진다
집으로 돌아와 검색을 하니 결국 내가 들은 소리는 고양이 소리와 비슷한 초록 어치라는 생전 처음 본 새였다
초록 어치는 정말 새끼 고양이 소리를 낸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뒤끝이 조금 더 앙칼진 소리를 낸다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가까이서 찍긴 쉽지 않다 사람을 두고 의심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남의 걸 탐하거나 더군다나 짐승을 탐한 적은 평생 기억에 없다 짐승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제 마음의 자를 두고 남을 함부로재고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함부로 말을 하고 훈수를 둔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의 잣대가 다 옳은 줄 안다 그래서 제마음대로 재단하고 함부로 말한다 많이 배우고 말고의 문제도 아니고 남녀의 문제는 더더구나 아니고 높고 낮거나 노소의 문제도 더욱 아니다 역지사지 배려심의 유무에 가장 큰 이유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