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넷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여자 사람, 넷





부산을 떠나 여기 이곳에 살면서 처음 3개월 정도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몇 사람 정도를 알게 되었다 맨 먼저 만난 사람은 펜션 진입 초입에 새로 집을 짓고 온 여주인이다 냉이며 산나물을 캐다가 커다란 양푼이에 담가 뒀다. 나도 그런 게 캐는 거 좋아한다며 같이 가자 나물 캘 데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차를 타고 한참 가야 한다고 말하고 그걸 캐서 마트에 납품한다며 얼버무린다


두 번째 만난 사람은 겨울 들판에서 만난 서너 살 위의 오래된 펜션을 경영하는 사람이다 남편이 죽은 지 5년 가까이 되어 간다고 했고 자식들은 모두 인천 해운대 서울에 산다며 자기 집에 놀러 오라고 했다 집 입구까지 갔다가 멀리서 보니 커다란 개가 컹컹댄다 난 갈 수가 없는 집 같다 개 때문에.... 펜션에서 내려다보면 초봄 아침부터 다 저녁까지 늘 쑥을 캐고 있는 그 여지는 무척이나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다


세 번째 만난 사람이 1층에 사는 제법 대여섯 정도 나이가 적은 부부이다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이다 열심히 살고 텃밭도 예쁘게 잘 키운다 그런데 어느 날 거대한 송아지 만한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나의 텃밭 가까이 와서 내게 말을 붙였다 개를 두려워하는 나는 개를 싫어하니 좀 멀리 데려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초면에 딱 잘라 말하기가 그랬다

그냥 몸으로 개를 피하는 시늉을 했다 <우리 개는 사람 안 물어요> 그런 말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무는 개는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개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들은 착각을 곧잘 한다 자기 <집에 와서 차 한잔 하자>고 했다 코로나가 심해 외식 한번 하지 않는 나에게 사치스러운 상황이고 개를 옆에 두고 무슨 차를 마실 수 있을까

<다음에 마셔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는 그냥 다음에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는 중에 거대한 개가 나의 밭에 씨를 뿌려둔 자리에 거대한 똥을 쌌다 순간 나는 정말 더럽다는 생각 왜 하필 다른 넓은 자리 다 두고 내가 밭이라고 경계를 치고 씨를 뿌린 곳에 똥을 싸는지 당황스러웠다

개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개똥을 들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 휙 던져버린다 이날 이후 나는 이 주변이 모두 개똥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텃밭을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베란다 텃밭으로 옯겼다 그래도 1층 여자는 좋은 사람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나눌 줄 아는 사람 같다 뭐든 주고 싶어 한다 두릅도 미역줄기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면 뭐든 내게 잘 챙겨 준다 멀리서 보이면 서로 크게 손을 흔들며 반긴다 다만 거대한 개가 있는지 먼저 잘 살펴 만난다


네 번째 만난 사람은 1층 여자와는 비슷한 연배 같다 몇 번 얘기 해봤는데, 주인공 의식이 상당히 강하다 길냥이들의 어미가 되는 캣맘 사라진 새끼 고양이를 가져간 사람으로 나를 몰아세우던 어이없는 행동. 지나치게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행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젊은 나이에 가진 게 많다고 스스로 생각해서일까 자칭 타칭 동물 애호 협회장이라는데 글쎄다 아주 작은 마을에서 유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 말로는 살짝 이상한 사람이란다

왜냐하면 사람 마음보다 고양이 마음과 고양이 말을 더 잘 알아듣는 사람이라고 한다 단 제맘대로 알아듣는다고 제맘대로 고양이 말을 해석해서 사람들을 곤란하게 한다면서 말 섞지 말란다


도대체 왜? 난 이해불가다

그런데 실제로 겪고보니 그 말이 맞다 고양이의 마음을 다 읽는 듯이 내게 고양이의 마음을 말한다 이게 가능할까


다들 열심히 살아간다 나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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