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불빛
요즈음은 어둠이 더 빨리 찾아온다
어두워지면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이곳 불빛은 참 다양하다
앞 집 불빛은 눈부시다 가까운 불빛은 손님을 부르는 혹은 손님들이 왁자지글 불 피워 고기를 굽고 음식을 먹는 데서 온다 손님이 없어도 옥상의 불빛은 여젼히 켜져 있다 무감각한 것인지 이기적인지 자신의 의지대로 불빛을 보고 손님들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인지 하지만 불빛이 너무 강해서 4층 높이의 방에 사는 나는 눈이 부셔 잠을 들 수 없다 전혀 이웃은 안중에 없고 고 자신의 목적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불빛이다 할 수 없이 커튼을 치고 잠을 잘 수밖에 없다 대신 하늘을 보면서 자는 것을 포기했다 맨 처음 이 집에 왔을 때에는 불빛이 없어서 커튼도 필요 없었고 별을 헤면서 잠들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점점 장사가 안되니 불빛은 점점 강하게 빛을 낸다
또 하나의 불빛은 펜션 옆집 식당에 켜져 있는 불빛이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이 불빛은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아도 켜져 있다. 아마 영업을 시작하면서 켜는 것 같다 마치 오색의 불빛 벽처럼 어쩌면 빨랫줄에 걸린 불빛처럼 바람에 적당히 나부낀다 어둠이 들면 특히 비 내리는 밤에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불빛은 너무 예쁘다 적막한 동네를 환상의 세계로 몰아간다 마치 언제나 오늘 저녁이 크리스마스이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불빛은 해가 뜨기도 전, 맑은 날 새벽이면 배가 다니는지 먼 수평선 너머로 불빛이 촛불처럼 꽂혀 있다 처음에는 별일까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면 그 불빛은 수평선을 걸치고 움직이고 있다. 묘박지 풍경이다 정말 조용한 불빛이고 생각하는 듯한 여유로운 눈빛처럼 끔벅인다 새벽에 바라보는 이 불빛을 나는 가끔 기다린다
불빛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우주에서 보면 내가 켠 이 불빛은 보일까
우주 속의 나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