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오늘 시詩』




파도




물은 더 푸른 물빛 아래서

물보다 진한 파도로 밀려오고


바람은 싸늘한 청대 숲속에서

바람보다 차디찬 풀잎을 유혹한다


소나무 구름으로

떠도는 갈매기 갯바위 사이로


쓰린 거품 물어내는 파도는

잊힐 듯 잊히지 않는 물의 마음을 아는가


물이 더 푸른 물빛 아래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을 아는가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 이유는 바다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일까 바다를 닮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바다를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되짚어 생각하는 것일까 넓은 바다를 보면서 좀 더 마음이 너그러워졌으면 싶고 바다처럼 감싸 안고 싶고 품이 너른 바다를 닮고 싶어서일 것이다

깊은 바다의 마음을 알길 없지만 언제나 바다를 찾아가면 바다는 한결같은 얼굴을 한다

바다를 보면 무수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한결같이 후회되는 것들은 파도에 떠나보내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낮게 밀려와서 깊고 길게 마음에 담아 간다 잘 알 것 같지만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바다 속이다

바다는 제 스스로를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 파도를 치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다시 일어선다 사람은 시련이나 고통으로 더 단단해진다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의 넓은 마음을 닮아가게 될까 끊임없이 노력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거대한 파도를 일신우일신하는 마음으로 파도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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