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대하여
오랜만에 걸려온 대학 동창과의 대화 속에서 관계에서 오는 거리를 생각한다 대학시절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젊은 혈기로 불현듯 이런저런 친구를 사귄 것 같지만 결국 우리는 통하는 뭔가 있기에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또 누군가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온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나는 피드백을 잘하지 않는다 특히 상처받은 사람과의 관계는 특히 되돌아보지 않는다 안 맞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레 정리되기를 바라 왔다 하지만 결국 지난 세월 동안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비슷비슷한 상황들이 반복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고, 좋게 말하면 착하게? 살았다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나서 보면 결국 또 비슷한 유형으로 상처를 입고 또 비슷한 유형으로 상처를 극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내가 이런 유형의 관계에서 점점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청산할 수 없는 관계도 가끔 있다. 이럴 경우에는 심하게 거리를 둔다거나 애써 먼저 다가가지는 않는다 다가가기도 다가가지 않기도 애매한 경우, 그냥 풍경으로 혹은 tv 드라마 속 장면으로 혹은 인연이 닿으면 이어지리라는 인연설에 애써 치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에 온 후에는 관계에 대한 평정을 일어났다 결국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를 넘어선 걸까 모두가 물리적으로 멀리 있으니 자연 심리적으로 거리도 자연히 멀다고 측정하게 되고 아주 객관적으로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다'
살아온 날 들 중에서 정말 좋은 관계가 말갛게 떠오른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오래 잊고 살아도 변하지 않는 것일까 삼십 년을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통화를 하게 된 관계에도 어제 통화한 것 같이 반갑고 편하게 자잘한 안부를 묻고 답하는 거리감이 제로인 관계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자신이 바라보는 창구멍으로 바라본 상대의 상황들을 함부로 말하고 정리하고 나는 이런 경우의 관계를 정말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도 그러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철없고 꽤 잠깐 잘 나가던 시절에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 되돌아보게 된다
자랑거리나 말은 상대에게 유익함을 제공하거나 그것을 공유할 수 있을 때에 풀어놓아야 제격이다 하지만 상대를 억누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흉기 격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나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수많은 관계에 대하여 되뇌느라 마음이 설쳤다. 그리고 생각나는 심리적 관계 속 가까운 사람들을 찾아냈다 그들이 보고 싶다 이 갑작스러운 보고 싶음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다시 묵혀두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