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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대로 살자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에세이『지난날이 내게 말했다』



생긴대로 살자




요즈음 난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는 점에 나 스스로도 조금 의아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나 여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말이 더 옳다. 학창시절 그 훨씬 이전부터 근자에 이르기까지 난 겉으로 풍기는 모습이나 몇마디 대화로 스스로 마련한 기준에 부합하느냐의 정도로 사람을 판단하고 바라봐 왔다. 첫인상 직감 그 사람의 능력 배경 차림새 그리고 내가 들은 짤막한 지식의 편린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여 好 不好, 혹은 善惡을 편 가르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위험천만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이다. 덕분에 나는 배신감으로 이리 터지고 저리 치이면서 험난한 세상을 더 험난하게 휘청대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시기쯤부터는 아예 사람을 먼저 판단하는 일을 피해 왔다. 솔직히 너무 심하게 얻어터져서 한때는 패닉도 겪고, 상처받는 일이 두렵고 또 사람을 판단하는 일에 심하게 염증도 느꼈다. 그래서 사람을 판단하거나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일단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연막을 치고 상대를 대하는 적이 더 많았다. 그리고 가급적 포커페이스의 이면까지 살펴보는 살뜰한 지혜와 인내도 생겼다.

그런데 최근, 나는 사람들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 현재의 이런 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사람을 판단하고 바라보는 기준에 변화가 생겨, 나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런 기준은 주관적으로 누구를 좋아하는 연애감정과는 다른, 사람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꺼려지는 친근감 안 가는 눈빛과 친숙해하지 않는 몇몇 얼굴도 이제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철이 든 걸까? 뒤늦게...

요즘은 인물값을 못하는 사람들을 하도 많이 만나다 보니 자연 그 외모에 대한 판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며 그 실망감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잘 생기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보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걸 약점이 아니라고 극복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러면서도 도덕성 윤리성 책임감 등에 결코 비굴하지 않는 정직한 내적인 자연스러운 멋을 지닌 사람이 좋다. 끝까지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가졌다면 더 훌륭하고 충분하다


나 스스로도 내 안목의 변화에 의아하다. 내 안목이 바뀔 줄이야...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더 잘 보인다

그러고 보면 내가좀 달라지긴 했나 보다. 사람은 제가 가진 것이 좋은 줄은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의 것을 탐내고 죄짓고 반성하고 살아들 가나보다. 요즈음 나는 내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의 좋은 점들이 잘 보인다. 굳이 찾지 않아도 좋은 점들이 먼저 나의 눈에 들어온다. 외모와 거의 상관없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나이가 들어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만 보라는 신의 뜻이라는데, 내게 사물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야가 열린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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