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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치

by 김지숙 작가의 집

에세이『지난날이 내게 말했다』




꽃치





이맘때면 가덕도 천성항은 만원이었다 지금은 방파제가 다른 모습으로 변해 닊시한다는 사람들은 다들 낚시공원으로 옮겨 앉았다

낚시 초보부터 50년 경력의 배테랑에 이르기까지 서로 비슷비슷한 채비를 하고 바다를 향해 서서 희망을 던지고 꽃차를 기다린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 비해 튼실하고 큰 몸매를 두루 갖춘 꽃치를 만난다. 꽃치는 입모양이 학처럼 길쭉하며 아래턱이 길게 돌출되어 있고 끝은 선홍색을 띤다

학치 공치 꽃치 학꽁치라는 여러 이름으로 낚시꾼의 사랑을 받는다 등 쪽은 청록색 배 쪽은 은빛 관택을 지닌 투명한 근육의 원통형으로 비린내가 적고 살이 하얀 점이 유난히 깔끔하다. 싱그런 바닷내를 온몸에 듬뿍 안고 바다를 차고 오르는 모습은 소박하고 청렴한 선비가 평상복을 한 모습처럼 단아하고 깔끔하다 바로 이 점이 학꽁치의 매력이다 투명한 바다색의 두루 막을 걸친 듯 길게 쭉 뻗은 몸매는 이따금 찾아오는 천성항의 두루미 모습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성격이 예민해서 입질이 약다 표층에 사는 만큼 동물성 플랑크톤이 주 먹이이다 연안에 서식하기 때문에 낚싯대를 던져 짧은 시간에 소식이 없으면 다시 던지거나 살짝살짝 낚싯대를 끌어당겨 마치 미끼가 살아있는 듯 보여야 잡을 확률이 높다

떼 지어 다니는 특성상 여러 명이 밑밥을 부지런히 던지는 품질을 하면 순식간에 모여든다. 잡힌 꽃치의 몸은 푸른빛을 띤 투명한 비늘이 온몸을 겹겹이 싸고 있고 양도 많아 꼭 집개를 이용하여 낚시 바늘에서 떼내어야 한다. 그런데 동작이 느리면 주변을 서성이는 들고양이가 어느 순간 달려와 낚아채 달아나기도 한다.

요리로는 횟감이나 초밥용 조림 구이 등 서너 가지를 든다. 비늘 제거 후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제거하고 창자를 둘러싼 뱃살 부위의 검은 부분을 수세미나 손으로 살살 벗겨야 쓴맛이 없다 그런 다음 3장 뜨기를 하고 살 부분은 껍질을 바닥에 놓고 껍질에서 살을 밀듯이 회를 뜬다

회맛은 다른 잡내가 없이 깔끔하고 살은 탄력이 있다 뜬 회는 초밥용으로 사용해도 좋고 그냥 쌈장 초장 다진 마늘 잘게 썬 잔파 깨소금을 혼합한 양념장에 찍어 먹어도 식감이 좋다 무엇보다 최고의 맛은 살을 발라내고 회를 치고 남은 뼈와 지느러미 껍질 튀김에 있다


회를 뜨고 남은 껍질과 뼈는 튀김용으로 먹는다 바삭하게 튀기려면 콩기름이나 카놀라유가 좋고 건강을 생각한다면 포도씨유도 가능하다 고온으로 짧은 시간에 바싹 튀겨 겨자를 조금 푼 간장에 찍어 먹으면 한층 맛있다

이렇게 먹고 나면 또 한주가 기다려진다 요즘은 꽃치의 마니아가 많아 낚시터에서 많이 잡은 사람들이 나눔을 한다

가끔은 철없는 새댁이 일하기 싫어서 낚시와서는 시댁에 면이 안 선다고 한숨을 쉬면 주변의 사람들이 십시일반 한 마리씩 망태에 보태주면 고맙다고 활짝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냥 놀러 나온 가족 중 아이들이 꽃치를 잡아달라고 울며 떼를 쓰면 인심 좋은 남의 할아버지가 서너 마리 비닐봉지에 담아 건네주고 그러면 아이는 금세 방긋 웃는다. 치열하게 잡은 꽃치를 선뜻 내어 놓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보면서 한겨울 추위를 잊게 하는 ‘꽃치가 바로 한겨울 바다가에서 피는 꽃’이다.

살아있는 꽃치는 서너 마리면 어른 둘이 족히 횟감으로 먹는다 물론 식성이야 다르지만 꽃치를 잡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꽃치는 잘 잡히는 자리에만 연속적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적당히 잡았다 싶으면 속히 그 자리를 떠나 다른 사람도 잡을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해서 기회를 주면 좋은데 여기에 낚시꾼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질 않는다

많이 잡았으면 즉시 나누어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역시 열명에 한 명도 잘 없다 그러나 간혹 한 사람씩 이런 사람이 있으면 방파제가 훈훈하다 또 많이 잡으면 상대방에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잡는 비결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잘 잡는 사람 옆에 서서 찌면 물 깊이 등을 잘 살펴보면 가능한 일이다

무엇이든 나누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고 역지사지의 입장을 갖는 것은 내 마음에 상대의 입장을 들여오는 것이다 잡는 즐거움과 나누는 기쁨이야말로 요즈음 보편화된 낚시 취미에 행복을 더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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