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어서와 봄』
십리대숲
5월 바람에
100년에 딱 한 번 피고 죽는다는
대꽃이 피었다
만회정 앞에서 시작된 청죽숲
끝자리에서 죽림욕 하는 백로떼
발끝에 초록 기운이 돌더니 청대가 되었는지
이승 나이를 버렸다
물고기 비늘 닮은 껍질 모아
죽피관竹皮冠을 만들어 쓰고
업장 마디마다 심어둔 죽여竹茹
댓잎 푸른 바람에 실려간다
오래전에 몇몇 친구들과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을 걸었다 맞은편에는 태화강선바위가 있고 강을 따라 대숲길을 걸으면 꼬리명주나비생태원 대나무 생태원 만회정 느티나무 길 그리고 유채꽃 등이 있다 지난 번에 갔을 때에는 각양각색의 장미가 피어 있었다
자장율사가 태화사를 창궐할 당시에 지었다는 태화루에서 고려 성종은 물고기를 잡았다고도 한다 십리대숲을 걷다 보면 자라의 형상을 닮았다는 오산의 만회정에 이른다 이곳은 태화강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던 서정성의 시가 소박한 삶의 흔적들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태화강 주변을 걸으면서 평온함을 느꼈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어 나무보다는 풀에 가까운 식물이다 그런데 벼과식물인 대나무는 외떡잎식물이기 때문에 부름켜가 없어 부피 자람을 못 하니 나이테가 생기지 않으며, 봄 한철 후딱 한 번 크고는 자람을 끝내기에 풀은 풀이된 생명력이 강하니 나무와 풀의 속성을 다 가진 식물이다 그래서 윤선도는 대나무를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 뎌러코 사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하노라'라고 하여 대나무의 속성을 짧고 예리하게 표현하였다
대나무는 오랜 시간 땅속에서 철저히 뿌리를 퍼뜨린 후에야 땅 위로 올라오는데 일단 올라오면 놀라울 속도로 자란다 그래서 한참 자라는 아이들을 보고 대나무처럼 자란다고 말들을 한다
십리대 숲길을 걸으면서 문득, 대나무와 관련된 일화로 죽피관이 문득 생각났다 유방이 썼다는 죽피관은 어떤 의미를 가졌다기보다는 넓은 이마와 오뚝한 유방의 얼굴에 잘 어울려서 죽피관을 쓰면 멋스럽고 화려해 보여서 쓴 것이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