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김치찌개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엄마가 자주 해 주셨던 음식이다 먹고 싶은 음식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이십 년이 훌쩍 넘은 그즈음에 낚시터에서 추락사고가 있어 한쪽 신장을 잃었고, 그 때문에 수혈을 꽤 많이 했던 모양이다
이후로 수혈 알레르기가 있어 돼지고기 땅콩 토마토를 먹거나 태양을 심하게 쬐거나 돼지풀을 만지면 알레르기가 심해 가렵고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심한 것이 돼지 알레르기이다
한우 갈비탕이라는 간판에 속은 적도 꽤 여러 번 있다 실은 돼지뼈를 넣어 함께 우려낸 식당들이 많다 그래서 먹기 전에 항상 먼저 물어보지만 예사롭게 '우리 집은 한우만 고집한다'며 나의 알레르기에 대해 저들은 관대하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유독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나 그렇게 느낀 집은 꼭 돼지뼈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안다
햄버거 스테이크도 그렇거니와 대부분의 다짐 고기 요리를 할 때에도 4:6 정도로 돼지와 소를 섞어서 만든 고기 요리가 맛있는 것처럼, 정말 맛을 낼 줄 아는 식당의 음식들은 두 종류의 고기를 적당히 섞어서 만든다 이렇게 하면 맛은 정말 보장되기 때문이다
엄마의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어본지는 이십 년이 훨씬 넘었다 엄마의 부재도 부재려니와 나의 알레르기가 더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나는 식당에서 김치찌개 메뉴를 보면 엄마의 김치찌개를 떠올리곤 한다
김치의 크기와 비슷한 크기로 혹은 더 큰 크기로 숭숭 자른 돼지고기는 갓 잡았는지 신선한 것이었는지 맛이 있었다 손 큰 엄마의 손맛처럼 김치보다는 껍질이 얇고 젤리처럼 쫄깃한 돼지고기 껍질이 붙에있는 채로 약간 두툼하게 썬 돼지가 더 많이 들어간 김치찌개는 어릴 적 밥상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일한 김치찌개였다 요즘의 김치찌개들을 보면 대체로 벌건 김치가 많이 들어가거나 통으로 들어간 김치찜과 돼지고기 덩어리를 곁들여 얹어 익혀 먹는 모습을 tv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엄마의 김치찌개는 맑은 색이다 붉은 고춧가루의 색을 다 씻어버리고 익은 김치의 구수한 맛은 그대로 살아있는 조금 심심한 간이 잘 밴 김치를 송송 썰고 먼저 기름에 볶아 둔다 간장을 넣지 않고 마늘 참기름 후추 등으로 양념한 돼지고기도 따로 볶아서 충분히 익힌 다음 돼지고기 기름이 둥둥 뜨는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조금 붓고 다시 불을 올린 후에 설핏 익은 후, 따로 볶은 김치를 넣어 한소끔 올리면 된다
기억하는 돼지김치찌개의 맛은 기름기가 없는 담백한 맛이다
그 맛을 기억하면서 쇠고기로 만들어 먹어 본 적이 있었다 절대로 그 맛을 찾을 수 없었고 다시는 육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시도하지 않았다 쇠고기는 돼지고기에 비해 김치와 궁합이 덜 맞는 것 같았다 김치찌개에는 역시 돼지고기가 제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돼지고기를 먹어본 지도 이십 년이 넘는다 수술 후 알레르기 테스트를 하지 않았던 몇 년간은 이유도 모르고 돼지국밥이나 돼지고기를 먹어 여러 번 고통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 번이라도 그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면 먼저 알레르기약을 먹고 나서 먹을 것 같다
잊을 수 없는 기억 속의 맛, 엄마의 그 손맛이 지금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