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촛불



작지만 빛나는

일순간을 데려와

뜨거운 마음으로

피워내는 동안

촛불은 한송이 꽃이다


기도하는 두손 곧게 모아

찬연히 사라지는 몸은

저 홀로 아래를 향하고

소원이 어둠 밟고 하늘에 오르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작은 등대가 된다



긴박한 소원이 있으면 촛불을 피운다 촛불은 어떤 어둠일지라도 이겨내고 빛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둠을 딛고 일어서는 촛불의 심지를 볼 때마다 활활 타오르는 강한 의지를 느낀다 흔히 희생을 뜻하는 촛불은 자신의 몸을 불태워 주위를 밝힌다고 알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도 하지만 촛불 하나로 세상의 어둠을 이겨내지 못한다 또한 촛불이 밝히는 어둠은 얼마나 될까 다만 촛불을 밝히면 먼 곳에서도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길을 찾아오게하는 촛불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등대가 된다 그 곳으로 길을 잃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소원이 많다고 그 소원대로 촛불을 켜는 사람은 없다 소원은 간결할수록 힘을 가진다 톳불을 밝히는 그 마음에 모든 소원은 이미 다 들어 있다 촛불의 끝은 힘이 강하다 허공을 디딤돌 삼아 하늘에 오르고 발돋음하여 소망을 치켜 올린다

춧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 바람에 흔들려도 바람이 불지 않아도 한결같이 불의 끝은 하늘로 향한다 강한의지를 드러낸다 그래서 불 가운데 촛불은 가장 작지만 가장 강한 힘을 가졌다 촛불이 작으면 작을수록 타오르는 불의 크기도 작지만 더 강하고 애절한 모습이다

자신의 몸을 다 태울 동안 타인을 위해 불을 밝히는 그런 사랑은 촛불만이 가능하다 가는 심지에 불꽃이 이겨튀는 모습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언제든 자신을 태우는 간절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몸이 타들어가면서 하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 뜨겁게 물러서서 자신을 끝없이 낮추는 겸손한 몸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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